삼해소주가 국화 소주(400ml, 약 50% ABV, 7.6만원)
물 대신 국화차를 써서 내린 소주. 삼해소주가(링크)의 탁/약주들이 사실 코로 맡을 수 있는 향이 많지는 않은 편인데, 증류주로 넘어오면 확연히 복합적인 향이 난다. 처음 공방에서 시음했을 때, 친구는 '코가 뻥 뚫린다'고 할 정도로 여러 종류의 소주 중에서도 국화 소주의 향이 제일 쨍하게 올라왔었다. 그 땐 혀, 입천장에 남는 술기운이 맵다고도 느꼈는데, 한 병을 따서 오래 두니 동글동글 부드러우면서 단맛도 더 강해졌다. 요건 묵힐 수록 맛있는 술인 것 같다.
그냥 물로 만든 기본 삼해소주(링크)는 미끈하니 달곰한 와중에 낯선, 이게 누룩인가 싶은 꾸수? 누릿?한 맛이 섞여 있는데 국화 소주엔 그 맛이 없다. 훨씬 깔끔하게 똑 떨어진다. 특유의 꾸수한 내음이 덜해선지 골조만 두고 내부를 새로 싹 단장한 한옥마냥 세련된 느낌이었다. 50도가량 되는 고도수지만 부담스런 알콜향도 없다. 물론 본격 술꾼의 기준에서지만, 한모금 마셨을 때 뜨끈해지는 속에서 아, 도수가 높구나 느껴지지만 마시기가 어렵진 않았다. 아, 과일이나 마른 과일/채소칩 등의 간단한 주전부리 외에 음식에 곁들이기가 어려웠던 점 하나는 아쉬웠다.
음, 흠잡을 곳 딱히 없지만 막 땡기는 매력을 찾기도 어려웠던 술. 아닌게 아니라 가격이 너무 비싸다. 400ml 한 병에 76,000원. 정성과 품이 많이 든 것도, 신선한 시도로 깔끔한 술이 나온 것도 알겠지만 이 돈이면... 10년 이상 숙성한 싱글몰트 위스키(심지어 750ml)도 사 마실 수 있다. 삼해소주가의 탓이라기보단 전통주 전반의 가격경쟁력이 워낙 떨어지는 탓이겠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무조건 우리 술이라고 아묻따 사마실 수도 없는 노릇이다. 삼해소주가를 좋아하고 응원하지만, 술을 선뜻 사마실 생각이 없는 것은 이런 연유에서다.
@콜키지 프리 고깃집 상암동 일미락🤗
'🥂 술 > 전통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막걸리 - 봇뜰 탁주 (5) | 2018.06.21 |
---|---|
막걸리 - 미인 탁주 (2) | 2018.06.21 |
국산 약주 - 삼해소주가 국화 약주 (0) | 2018.05.23 |
막걸리 - 김포 선호 막걸리 (1) | 2018.05.01 |
막걸리 - 내포 산아래 막걸리 (0) | 2018.05.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