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양념치킨과 비슷한 맛의 '백화 남방치킨'
종로 경찰서와 안국역 6번 출구의 노점상 사이엔 입구가 비좁은 골목이 있다. 눈에 잘 띄지도 않는 곳인데, 이 골목을 비집고 들어가면 마치 숨어있던 세상같이 옹기종기 재미난 술집들이 나타난다! 처음 들어왔을 땐 넘 신기해서 한국식 다이애건 앨리(해리포터에 나오는 마법사 시장ㅋㅋㅋㅋㅋ) 같다고도 생각했었ㄷㅏ. 그 중에서도 여기 백화치킨은 작은 마당이 있고 허름한 듯 멋스러운 한옥구조의 술집이다. 호화롭게 한번에 싹 인테리어 한 티가 나는 판교를 매일 오가다보니 요샌 이렇게 낡은 듯하면서, 시간의 흔적과 나름의 멋이 있는 곳이 좋다. 술맛나고 편안하다.
일단 가옥의 형태가 한옥이라 동양식 주점으로 분류했는데, 어느나라 식이라고 꼬집어 말할 수 없을만큼 안주 메뉴가 다양하다. 백화치킨이라는 상호처럼 닭 요리가 많은데... 문어 와사비, 돼지고기 숙주 볶음, 가지 튀김처럼 이자카야 스타일의 안주부터 가리비 아스파라거스, 홍합찜과 파스타 같은 이탈리아식 요리도 있었다. 메뉴는 계절따라 조금씩 자주 바뀌는 편인듯. 심지어는 메뉴판 아래를 보면 '먹고 싶은 것이 있을 경우 말씀해주시면 최대한 맞춰서 만들어드리겠다'는 말까지 적혀있다ㅎㅎㅎ 요리는 대체로 만족스러웠으나 아쉬운 점은 금/토 저녁처럼 사람이 많은 시간대에는 조리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 아주 배고픈 상태로 갔을 땐 힘들었다;
청경채 바지락 볶음은 바지락이 빼짝 말라 안 보일정도로 상태가 나빴다... 치즈향 크림 소스는 맛있었는데.
가장 중요한 주류. 요새 핫한 수입 병맥주(e.g. 발라스트 포인트, 히타치노, 코나 브루잉)가 예닐곱 종 있었고, 처음보는 전통 증류주도 꽤 됐다. 사케도 10가지 내외로 있었던 듯. 심지어는 하이볼과 카시스 리큐르를 쓴 간단한 칵테일도 있다ㅎㅎㅎ. 다만 가격은 다른 주점보다 조금씩 비싼 편. 하지만 어떤 술을 먹고 싶든, 그 술은 물론이고 어울리는 안주까지 다 커버할 수 있는 신기한 주점이다. 물논, 국산 소주/맥주도 있다.
또 한 가지 엄청 마음에 들었던 건 누구나 블루투스 스피커에 연결해서 노래를 틀 수 있다는 것! 술 마시면서 이 노래 저 노래 틀 수 있다는 것도 좋았는데, 음질도 짱짱했다. 다른 손님들이 트는 온갖 스타일의 곡들을 듣는 재미도 있었음. 가장 최근엔 콜드 플레이 노래를 틀었는데 옆 테이블 손님들이 호응해주셔서 즐겁게 듣다 왔다ㅎㅎㅎ 아, 술기운 오른 채로 좋아하는 노래 듣는 건 진짜 황홀하다. 암쪼록 알딸딸하게 마시려면 가격대는 만만하지 않지만, 재밌고 맛있는 술집. 집과도 가까워서 꾸준히 들를 생각이다.
주소: 종로 인사동 16길 11-1, 전화번호: 02-720-9285 ㅡ 일요일 휴무인듯
가격: 안주 닭 요리 1.6-2만원, 가벼운 안주(타코와사비/먹태 등) 9천원선
술 20도 대의 전통주(375ml) 1.8-2.5만원, 크래프트 비어(히타치노/빅아이/인디카IPA) 1-1.4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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