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도 병도 예뻐서 시켜본 충북 청주의 탁주ㅎㅎㅎ. 메뉴판엔 '100일 숙성한 탁주로, 특유의 꽃향과 함께 쓴맛, 단맛, 신맛의 치우침 없이 조화롭습니다'라는 소갯말이 붙어있었다. 음? 근데 이거... 첫모금부터 새콤달콤한게 단맛과 신맛이 꽤 센 편이었다. 새콤달콤함에 더해 분유를 탄듯한 탁한 질감은 복순도가, 요거트마냥 되직한 질감은 금정산성과 비슷했는데 그 둘에 비해 부담스러움이 확연히 덜했다. 탄산은 없다시피 한데도 텁텁하지 않고 부드럽다. 입안에 찬찬히 굴리면 마치 복숭아맛 쿨피스 같기도, 매실청 같기도 한 달달함에 새콤함이 따라붙는다. 목 뒤로 넘어가고 나선 셰리 와인 같은, 꼬름한 향도 살짝 남았다.
되직한데다 달달새콤해서 원래 내 막걸리 취향에는 안 맞을 술인데 이상하게 이건 만족스러웠다. 맛이 복합적이라 재미있었고, 효모... 발효...가 생각나는 셰리풍의 끝향도 좋았다. 도수도 기특하게 12도. 페트병에 담겨 마트에 유통되는 막걸리에 비하면 양도 더 적은 주제에 10배가량 비싸지만 1.5만원(소매가)이 그렇게 큰 돈은 아니니 마셔볼 만하다는 생각이다. 인상이 좋아서, 다음에는 증류식 소주라는 동(冬)을 찾아 마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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