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버섯이 들어간 막걸리b
서울시 유일 전통식품명인이 계신 전통 소주 공방. 자유롭게 시음/견학이 가능한 곳이고 관광객 복작복작한 시내 한복판, 그것도 집 근처인 북촌에 있다기에 벼르고 있다 지난 주말 다녀왔다. 양조장의 이름에는 소주만 올라있지만 소주의 바탕이 되는 탁주/약주도 여러 종류를 만들고 계셔서, 각종 탁주/약주 6종, 소주 6종씩해서 총 12잔이나 시음해볼 수 있었다! 평소에 궁금했던 부분을 전문가에게 바로바로 물어볼 수 있는 점도 속시원했고, 평소 인터넷에서 글로만 접했던 누룩, 고두밥, 밑술, 덧술 등을 모두 눈으로 보면서 설명을 들을 수 있어서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아무튼. '삼해소주가'라는 이름만 듣고 왠지 굉장히 큰 시설일 줄 알았는데, 건물의 많은 부분은 술을 만들거나 숙성하는 곳이었다. 시음 공간은 공방 이전 후 꽤 넓어졌으나 역시, 방문 계획이 있다면 예약을 하는게 좋을듯하다.
서울 한복판에서 고두밥...?과 밀 누룩을 실제로 구경할 수 있다!
돼지 세마리 술, 이름이 참 귀여운 삼해주(三亥酒). 웬 돼지인고하니 정월 첫 돼지날 술을 빚기 시작해서 36일(12일..?) 단위로 돌아오는 돼지날에 추가로 두 번 덧술을 부어 장기저온숙성하던 데서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총 세번에 걸쳐 빚다보니 양곡의 소비량도 많고, 품도 많이 들기 때문에 양반들이나 마시던 귀한 술이라고. 한가지 더 특별했던 건 이곳의 명인이 서울시 유일 전통식품명인이라는 점. 그래선지 삼해주에는 '서울의 술'이라는 수식어가 많이 붙는 걸 봤는데, 각종 백과사전을 훑어보니 정말 삼해주는 고려시대부터 한양을 중심으로 빚어온 우리나라의 대표 전통주 중 하나라고 한다. 우왕.
그리고 맛. 술맛이 아주 좋았다. 이곳의 탁주/약주는 모두 소주를 내리기 위해 만들어지므로 달지 않다. 물을 섞지도 않으므로 탁주만 도수가 17-18도 가까이 되고, 풍미도 그만큼 두텁다. 신맛과 쌀의 단맛, 그리고 전통 누룩이 풍성하게 뛰노는 맛(???)이 아주 새로워서 일본식 입국을 쓴 1천원대의 막걸리와는 아예 다른 종류의 술이란 인상이다. 특히 막걸리는 눈을 감고 마셨다면 탄닌/바디감이 꽤 되는 묘한 와인이라고 느꼈을 것도 같았다. 40-50도 수준의 증류주(기본/감귤/국화/포도 소주)부터는 코로 즐길 수 있는 향도 풍성하고, 쌀의 달달한 기운과 입에 남는 여운이 확연했다. 발효주/증류주 모두 잘 접해보지 못한 맛의 방향이고, 워낙 복잡해서 파악하기도 묘사하기도 쉽진 않지만 그냥 이런 술을 맛볼 수 있는게 굉장히 즐거웠다.
술맛에 홀려 빈손으로 나오지 못하고, 이화주와 탁주를 한 병씩 구매했다(ง ˙ω˙)ว
술을 좋아한다면 내/외국인 가릴 것 없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어디 멀리 내려가지 않고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는게 감사할 정도. 여긴 공방인 만큼 1회성 견학말고, 4시간짜리 이화주 양조 체험, 5회(3달?)짜리 소주 만들기 수업 등도 있었다. 얼핏 들은 가격은 만만치 않았지만, 제작이 끝난 후 가져가게 되는 술의 양도 꽤 되고 발효/숙성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만큼 여러번 왔다갔다하며 이것저것 묻고 맛보고 놀 수 있는 기회인듯. 나야 집도 가까우니, 종종 술 사러 들르다가 언젠간 내 손으로 술 빚기에 도전해보고 싶다. 아무튼 여긴 서울의 술꾼들에게 왕추천!
주소: 종로구 창덕궁길 142, 전화번호: 070-8202-9165
가격: 견학/시음 1만원(1人), 막걸리(500ml) 1만원, 이화주(위의 사진) 1.5만원, 삼해소주(400ml) 3.8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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