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 숙성 채끝살. 크... 말이 필요한가요
음식 메뉴 딱 두 개(채끝살과 고르곤졸라 파스타)와 술을 파는 집. 스테이크나 위스키나, 둘 중 하나만 먹으러 가기엔 괜찮은 다른 선택지가 많지만 두 개를 더하면 이곳을 따라올 집이 없는 것 같다. 여기 정말 맛있고, 분위기 좋고, 무엇보다 가성비가 끝장난다.
일단 고기는 드라이 에이징한 채끝 스테이크다. 200g 단위로 주문 가능한데, 양만 정하면 알아서 속이 촉촉한 미디움 레어로 구워내주신다. 간은 딱 소금과 간 통 후추. 육즙은 가두고 겉면은 파삭한 시어링도 좋다. 함께 곁들여 나오는 양파, 가지, 호박, 감자 등의 구운 야채도 아주 맛있다. 한가지 아쉬운 건 조리에 기복이 있는 것. 첫 방문은 나무랄데 없이 좋았는데 두번째 방문엔 엄니를 모시고 긴장한 채로 맛봐서인지, 후추/소금 간이 많이 강했고 좀 많이 구워져나왔다. 그래도 얼마 전 갔던 부처스 컷보단 맛있었다. 저렴한 가격을 생각하면 불평이 쏙 들어가는 수준.
고르곤졸라 파스타! 모르긴 몰라도 이게 미국식이구나, 싶은 쉽고 무난한 맛의 크림 소스. 끝까지 다 먹을 때까지 질리지 않아서 좋았다ㅎㅎㅎ 두툼하게 올라간 베이컨? 삼겹살도 짭짤 촉촉하니 맛있었고. 근데 문제는 면... 면이 내 취향엔 넘 퍼져 나왔다. 담번엔 조금 꼬들하게 익혀주세요, 라고 말씀드려볼 요량.
왼쪽은 라프로익 15, 오른쪽은 아드벡 코리브레칸
그리고 이 집의 매력 포인트인 술. ㅜㅜ 스테이크를 씹어 넘기고 입 안에 고기의 여운이 있을 때 피트향 강한 위스키를 넘기면 그저 황홀하다. 내 수준에도 이 황홀함을 누릴 수 있게 해주는 저렴한 가격에 감사할 따름. (맥캘란 15, 라프로익 트리플우드 등의 15년 급 위스키가 1.6만원!) 미국 분위기를 내면서 버번을 양껏 마셔도 좋을 것 같고, 가격이 가격이니만큼 좋은 술을 홀짝여도 좋을 것 같고.
누구에게나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는 곳이다. 일단 고기와 술이 훌륭한데다 소박하니 멋스러운 공간도 넘 좋아서, 가까운 사람들은 모두 한번씩 대접하고 싶을 정도. 바에 약 8석, 조그만 테이블에 약 4석으로 가게가 좁은 편이라 금토 식사시간엔 자리가 없을 법도 하지만 충분히 기다릴 가치가 있다. 예약은 받지 않으므로 오픈 시간을 딱 맞추지 못할 경우 맞은 편의 트웰브에서 간단히 술 한 잔하며 시간 보낼 생각. 앞으로 소고기 생각날 땐 무조건 여기!
ㅡ덧: 여기 한 대여섯번 방문했는데, 역시나 갈 때마다 조리에 기복이 있다는 건 좀 아쉽다. 고기가 야들야들 잘 익었을 때도, 너무 질기거나 푹 익었을 때도 있었는데 그래도 기분 상하지 않고 계속 가게되는 건 사장님의 멋진 마인드 덕분. 바로바로 말씀만 드리면 선뜻 바꿔주시거나 다른 메뉴를 주신다. 위스키 초심자에겐 큰 매력이 아니겠지만, 고숙성/고가의 위스키를 아주 저렴히 파는 것도 매력(옥토모어 1.9만원!!!!). 남들에게 추천하긴 조금 조심스럽지만, 나는 꾸준히 가고싶은 곳 중 하나.
주소: 용산구 신흥로 11길 4, 전화번호: 070-7763-4001
가격: 스테이크 100g 1.1만원, 파스타 1.8만원.
칵테일/싱글몰트 15년 급 1.5만원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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