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벨지안이야!!!!!!라고 외치는 것마냥 순식간에 흘러넘치는 거품
오래전부터 늘상 마셔온 술은 맛을 말하기가 유독 어렵다. 뭐랄까, 거의 뇌에 기본값내지는 영점처럼 입력되어서 뭐라 해야할지 모르겠는 술이: 입국 막걸리에선 장수, 미국식 부가물 라거에선 칭따오, 희석식 소주에선 참이슬/처음처럼이라면 벨지안 스트롱 에일에선 딱 듀벨이다. 무서울 정도로 올라오는 쫀쫀한 거품, 싱그럽고 달콤한 인상의 향, 홉과 몰트가 사이좋게 어깨 동무하는 것 같은 맛에 부드러운 질감, 도도한 도수. 어떤 과일이나 허브 등등의 이름을 집어내지는 못하겠는데, 내가 생각하기에 벨지안 에일이 갖는 특성을 무난히 둥글게 모두 보여주는 맛이다. 추상적 복합미랄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막... 엄청 맛있진 않은데...?'하며 마셨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빈 병이 벌써 이렇게. ㅋㅋㅋㅋ.
음미하며 마실 구석까진 없고, 딱히 음식에 잘 어울린다고 말하기도 어려운데 막상 앞에 있으면 밥상에서도 맨입에도 꼴깍꼴깍 잘 넘어가서 트집잡을 수가 없는 신기한 술. 330ml에 도수는 8.5%. 정가는 6-7천원정도이고 대형 마트에서 할인을 하면 5천원까지 내려가는듯. 먼 옛날 귀하게 마셨던 추억의 보정효과를 빼고, 온갖 맛있는 맥주가 넘치는 요즈음 상황에 놓고봐도 괜찮은 술이다. 벨지안 에일 입문용으로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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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날 맛있는 술 찾는다고 사방팔방 헤집고 다니지만, 항상 원점으로 회귀하는 순간들이 있더라구여. 걍 발품팔고 수고로울것 없이 손만 뻗으면 닿는 녀석들. 제겐 호가든과 바이엔슈테판 시리즈가 그런 애들입니다. 괜히 일찍 수입된게 아니구나 싶은?
음미할 게 없다는건 그게 맛없는게 아니라면 수시로 마실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희소성이 떨어지니까 편하게 편하게 먹는거죠. 엄마 김치 따지면서 먹지않듯ㅋ
오 이 추천은 정말 소중하네요.
집에 왕창 쌓아두고 먹을 맥주들이 항상 필요한데ㅋㅋㅋ 매번 이런저런거 시도해보는 중이거든요.
다음번엔 이 맥주로 해봐야겠어요!!!
듀벨은 맥주 자체보다는 듀벨 전용잔이 더 유명한 거 같아요.
전용잔 욕심은 별로 없는데, 뭔가 좀 있어보인달까요ㅋㅋㅋ
맥주로 한 번 마셔보고 싶은데, 지방으로 내려와서인지 대형마트에서는 안 파네요ㅠㅠ
지금쯤이면 알고 계실지 모르지만...설탕과 병입해서 상온에 두면 효모가 설탕을 분해해서 알콜과 이산화탄소를 만듭니다(발효중에도 이산화탄소가 나오지만 압축용기가 아니라면 그냥 공기중으로 다 날라가지요). 보통 홈브루잉할때 많이 쓰는 탄산화과정입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이렇게 탄산화를 시키면 맥주거품이 더 조밀조밀하게 형성되더라구요. 입에 닿는 느낌이 참 부드럽고 좋지요. 맥주를 끝까지 마실때까지 남아있어서 산화를 지연시키는 역할도 있다지만 맥주를 그렇게 천천히 마실리가...시중에 파는 맥주중에 bottle conditioned라고 써있는 애들이 이런식으로 탄산화를 거친 애들입니다 (효모를 제거하지 않은 점도 다르지만 일단 그건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