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리단 트웰브의 베스퍼 마티니... 아마도...
007에 등장하는 걸로 유명한 (베스퍼) 마티니. 007 시리즈 책도 영화도 하나도 안 봤는데, 검색하다 뜬금없이 서울대 흉부외과 교수가 쓴 베스퍼 마티니 이야기를 읽고나니 마음이 말랑말랑해졌다. 제임스 본드는 영화 카지노 로얄에서 포커게임을 하던 중 진과 보드카, 릴렛을 셰이킹한 다음 레몬 한 조각을 얹어달라고 주문한다. 여기에 동석한 여자친구 이름인 베스퍼를 붙이려하자 베스퍼가 칵테일의 쓴맛 때문이냐고 묻는데('Because of the bitter aftertaste?') 본드의 대답은: "No, because once you've tasted it, that's all you want to drink."
아 심쿵... 아무튼 나는 가오픈 둘째날 광화문 코블러에서 처음 맛본 술인데 똑같이 첫입에 반했던 기억이 있다. 그냥 마티니에다, 샴페인 같은 상큼함과 매끈한 보드카의 느낌을 살짝씩 끼얹은 느낌. 잡지 광고에 나오는 것처럼... 섹시한 흰색 칵테일 드레스를 입은 금발 미녀 같은 느낌이었닿ㅎㅎㅎㅎㅎㅎㅎ. 코블러에서는 탱커레이 텐, 그레이구스에 릴레 블랑을 스터해서 만든다. 화사하고 향긋한 동시에 쨍한 이유가 술의 조합과 (비표준) 조주법에 있었다.
오늘의 주인공, 코블러 로빈 사장님의 베스퍼 마티니!
처음 베스퍼 마티니가 등장하는 소설의 대목에선 제임스 본드가 진과 릴렛의 브랜드까지 콕 집어 말한다고 한다: 고든스 진과 보드카, 키나 릴렛을 3:1:0.5로 넣고 셰이킹한 후 얇은 레몬껍질 얹으라고('Three measures of Gordon's, one of Vodka, half a measure of Kina Lillet. Shake it very well until it's ice-cold, then add a large thin slice of lemon peel'). 셰이킹하는게 표준적인 레시피여서인지, 그 후로 서울 여기저기서 한 잔씩 마셔본 베스퍼 마티니에선 처음 마셨을 때의 그 쨍한 인상이 없었다. 훨씬 (묽고) 부들부들한게... 코블러의 베스퍼가 몸에 딱 붙는 섹시한 원피스라면 셰이킹한 베스퍼는 여리여리한 블라우스 느낌?
베스퍼 덕분에 칵테일은 제일 처음 마신 잔이 입맛, 기준값을 설정한다는 친구의 말에 온몸으로 공감했다. 다른 곳이 맛없는게 절대 아닌데, 그냥 내가 찾던 베스퍼의 향긋하면서 날카로운 맛이 아니라 고개를 젓게 되는거. 아무튼 입맛을 확인했으니 베스퍼 마티니 모험은 이제 그만하고 종종 코블러에서 한잔씩 마실 생각이다. 그 맛없는 술을 왜 시키냐는 듯한 반응도 몇 번 봤는데, 내 입에는 좋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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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글이 어우 글이 멋있네요 멋져요 베스퍼 마티니를 섹시한 원피스라고 한 것도 멋져요 세상천지에... 세상천지에... ㅋㅋㅋ 베스퍼 마티니를... 코블러에서 도대체 뭘 마신 건지 궁금해지네요, 또 가 봐야겠어요. 그나저나 오늘 글은 정말 온몸으로 읽히네요. 글로 촉각을 자극하는 것 같아요. 잼께 잘 읽었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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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안 그래도 얼마전에 코블러에서 릴레를 오랜만에 봐서 반가웠었는데,
그때 베스퍼를 마셨어야 했네요! 아쉽아쉽... :)
조만간 가서 주문해 보는 것으로!!
전 최근에 볼스 주니버를 마시고 큰 충격을 받았는데,
위? 님께서 드셔보셨는지 궁금합니다.
맛없는 술 처음 만나서 너무 충격적이었어요...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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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oui님의 표현이 아주 감각적이에요. +_+
마지막 부분의 '첫잔' 내용도 공감이 가요.
그래서 만해 선생님께서는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이라고 하셨나봅니다(???).
물론 이 글의 주인공은 따로 있지만, 사진 보고 있으니 뿡갈로에서 한잔 하고 싶어져요. :)
어제 코블러 가서 이거 마셨는데 되게 화려한 맛 좋아하시더라고요 의외라 깜놀... 처음에는 탱텐 시트러스한 향이 치고 올라오고 마무리는 릴렛으로 달큰하게 잡으면서 넘어가고 중간에 심심하지 말라고 보드카 킥 있고. 빈틈없이 화려한 맛이에요. 스터링으로 조주해서 맛의 구간이 더 확실하게 느껴져서 그런가 향 맡으면서 목 넘어갈 때까지 굉장히 다채롭더라고요.
회사다니면 섹시한 원피스! 여리여리한 블라우스! 느낌을 알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소주만 죽어라 마셔대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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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해성사를 하자면... 전 업무 시간 중에 가끔 oui? 님 블로그 들어오면 그렇게 좋더라고요. 뭔가 술 안 마셔도 술 마시는 기분이랄까.... 또 충전하고 가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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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니를 너무 좋아합니다. 블로그에 재밌는글이 많네요. 잘보고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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