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깔이 오묘한 퍼펙트 마티니
바 불모지였던 경복궁 일대가 바 촌이 되어가고 있다. 3-4년 전까지만 해도 싱글몰트를 마시려면 멀리 다른 동네로 나가야 했는데, 이제는 뿡갈로, 텐더, 돈패닉, 빅블루, 합스카치, 부즈앤지거, 일일, 킬리뱅뱅 등 훌륭한 선택지가 많아졌다. 아무튼 여기 코블러는 홍대에서 거의 개업 10주년을 바라보는 로빈스 스퀘어의 사장님이 여신 곳. 그런만큼 가오픈 첫주부터 믿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일단 나도 지난 주에 3번이나 들렀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위치는 텐더에서 열발자국 떨어진 정도이고, 실내도 비슷하게 한옥의 구조를 살렸다. 텐더가 좀 더 고급스럽고 중후하다면 코블러는 좀 더 편하고 젊다. 일단 입구 쪽으로 난 전면 유리창문이 시원스러워서 좋았다. 아무래도 창 하나 없이 차폐 되어있는 느낌보다는, 바깥과 통하는 느낌이 좋다. 자리는 바에 약 8석, 테이블 하나에 4-5석 정도 있다. 여기도 바의 높이가 보통의 테이블만큼으로 야트막했고, 의자도 풀썩 앉을 수 있는 편안한 높이였다.
진하게 달콤한 자몽향이 풍겼던 루밥(Rhubarb) 네그로니
바텐딩 전체에서 연륜이 묻어나오는 사장님. 민트 줄렙에 더치 커피를 더한다든지, 토닉 워터 대신 직접 퀴닌 시럽을 만들어 쓴다든지, 탄산을 가두기 위해 롱 드링크의 얼음 모양을 송곳처럼 뾰족하게 깎는다든지 하는 주조에 관한 노하우 말고도 빼곡한 바의 손님들을 여유로이 챙기셨다. 아, 계량을 안 하시는 것도 인상 깊었다ㅎㅎㅎ. 말씀은 항상 겸손하게 하시지만 자신감이 느껴졌던 부분.
눈이 안 좋아서 잘 모르겠지만 백바엔 처음 보는 술도 많았다. 위스키 뿐 아니라 진, 리큐르 등등도 종류가 다양한듯? 나는 칵테일만 마셨는데, 내가 즐겨 마시는 것들에서 살짝씩 다른 것들을 추천해주시는 것도 재밌었다. 덕분에 앞으로 종종 마시게 될 베스퍼 마티니를 발견. 그 외에 방문해서 맛본 칵테일들은 윗쪽 '더보기'에 접어뒀다. 아무튼 칵테일도 맛있고, 분위기도 괜찮지만 제일 큰 매력은 왠지모를 편안함인 것 같다. 근방을 지나다 칵테일 한 잔 생각났을 때, 걍 편히 발걸음 향하게 되는 곳.
ㅡ덧: 뺀질나게 드나들던 뿡갈로가 없어진 지금은 동네에서 가장 자주 가는 곳이 됐다. 하루에 셰리 코블러만 세 잔을 마시기도 하고... 아무튼 꾸준히 수십잔을 마신 결과 여긴 내 (변태같은) 취향에 꼭 맞고 익숙한 술보다는, 사장님의 달달한 손맛과 넉넉한 인심(시음/서비스도 많고, 겨울엔 굴 요리를 나눠주시기도 했음...)을 기대하고 즐기게 된다. 다른 곳에선 보기 어려운 리큐르/버무스에 아일라같이 비싼 베이스로 칵테일을 만들어 마셔도 2만원 초중반이고, 생각보다 위스키 잔술(예: 롱로우 피티드, 헤이즐번10 잔당 1.8만원)도 비싸지 않음. 여기서 여러모로 진상도 마이 부렸는데 인상 좋으신 싸장님이 그냥 허허허허허허하고 받아주셔서 정말 느무느무 마음이 좋고 편안한 곳. 왕 추천.
주소: 종로구 사직로 12길 16, 전화번호: 02-733-6421
가격: 칵테일 1.8-2.2만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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