얇은 풀 한포기?가 이뻤던 진 토닉
서촌, 그러니까 경복궁역 근처에도 찾아보니 뿡갈로와 텐더 말고도 바가 더 있더랍니다. 이곳, 일일(一日)은 집에 가는 길목에 있는데도 카페인지 음식점인지 표시가 없는 시크한 간판 때문에 여태껏 바인 줄 모르고 있었다. 우연히 칵테일을 검색하다 이곳이 바인걸 알게 되고는 친구와 방문. 비밀스러운 입구와 달리 2층인 가게로 들어서니 시원한 통유리창으로 거리가 내려다보였다. 눈 내린 겨울날, 아님 벚꽃 핀 봄날에는 창가에 앉으면 눈이 즐거울 듯. 아늑한 크기에 멋스러운 포스터, 나무 의자... 가게가 조용하고 예뻤다.
특이한 건 칵테일, 위스키와 맥주를 파는 바인데 바bar가 없다. 긴 바 자리는 바텐더가 아니라 마치 카페처럼 바깥 창문을 향해 있다. 자연스레 바텐더/직원과의 접촉도 최소화된다. 클래식 칵테일 메뉴가 꽤 다양하게 올라와 있고, 싱글 몰트 위스키도 10종 이상 있었지만 칵테일의 맛과 모양이 전문 바에는 못 미쳤다(김렛은 셨고 더티 마티니는 짰다). 하지만 칵테일/위스키의 가격이 저렴하고, 한 종류씩이지만 흥미롭게 투올/미켈러/이블트윈의 맥주도 갖추고 있다.
왼쪽은 불바디에Boulevardier, 오른쪽은 리볼버Revolver
다행히, 진토닉과 위 사진의 버번위스키 베이스 두 칵테일은 괜찮았다. 사실 둘 다 처음 마셔보는 칵테일인데, ▶불바디에가 특히 흥미로웠다. 네그로니에서 기주인 진gin만 버번위스키로 바꾼 칵테일인데, 네그로니에 비해 좀 더 묵직하고 부드러워진 느낌? 역시, 씁쓸한 캄파리의 향 덕에 꽤 달달하지만 질리지 않았다. ▶리볼버도 인상 깊었다. 잔을 들어올려 한 입 마시니 커피와 오렌지 향이 코와 입으로 가득 뒤섞여 흘러들어오는 느낌이 새로웠다. 꿀꺽 삼키면 혀에 깔루아의 달콤함이 남는다. 아주 천천히 음미하면 오렌지와 커피가 섞인 느낌이 약간 비릿하기도 했는데, 그것마저 재미있었다.
칵테일이 썩 훌륭하다 말할 순 없지만 이제껏 본 가게 중 가장 혼자 술 마시기 편할 것 같다는 인상이다. 피곤한 날, 바텐더든 옆자리 손님이든 말 섞기 싫은 날엔 여기가 딱일듯. 멍하니 창밖을 내려다보며, 아님 책을 읽으며 한두 잔 홀짝이기 좋은 곳. 다만 다음번 부터는 재료가 까다롭지 않고 만들기 쉬운 칵테일, 특히 셰이킹하지 않는 칵테일을 주문할 생각이다. 아님 아예 맥주나 위스키로...
주소: 종로구 필운대로 44 2층, 전화번호: 02-723-6783
가격: 칵테일 0.8-1.2만원, 하우스 와인(/잔) 8천원, 간단한 안주 0.7-1.5만원
위스키 버번(/잔) 7-9천원, 싱글몰트(/잔) 대부분 0.9-1.4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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