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니워커 더블블랙에 참나무 연기를 더한 롭로이!
미스터 칠드런에서 한잔하고, 아쉬움을 달래러 향한 곳. 미스터 칠드런의 김지훈 바텐더님이 원래 일하시던 곳이라 해서 궁금하기도 했고, 바로 옆 골목에 있어서 고민 없이 정했다. 간판, 가로등 불빛 하나 없이 아주 깜깜한 골목에 있어 긴가민가하다 가게에 들어섰을 때의 첫인상은 훨씬 클래식한 분위기라는 것. 좀 더 각 잡히고, 정중한 분위기였지만 어쩐지 아늑해서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까치발을 들어서 앉아야 하는 보통의 높은 바 의자와 달리 편안히 앉을 수 있는 낮은 바, 의자인 것도 좋았다. 바 너머의 층이 낮아서 여전히 눈높이는 맞게 되어있다. 음료를 고르며 대표님께 바의 이름이 왜 루팡인지 여쭤보니: 손님의 감성을 훔치는 바bar라는 컨셉이라고 하셨다(????). 음... 감성은 아직 모르겠지만, 일단 바의 크기가 적당하고 너댓명의 바텐더분들이 계셔서 손님 앞을 (부담스럽지 않게) 지키며 모자란 게 없도록 살핀다는 건 알 수 있었다.
무슨 세트 메뉴처럼 보이지만... 왼쪽은 롭로이를 마시다 옆구리를 찔러 받은 체리들(진상). 그냥 체리는 원래 안 들어가는지 궁금했을 뿐인데, 여쭤보니 매니저님이 웃으시며 가게의 체리를 종류별로 다 갖다주셨따. 훈연향이 강해 안 어울릴 것 같아 넣지 않으셨다는 말을 들으며 나는 우적우적 금방 해치움. ㅎㅎㅎㅎㅎㅎㅎ. 아닌 게 아니라, 이날은 추천받은 칵테일을 물리기도 하고 위스키를 실컷 시음하고는 결국 칵테일을 고르기도 해서 죄송했는데 다들 불쾌한 기색 전혀 없이 유쾌하게 받아주셨다. 더불어 친구와 대화하는 중간중간에 끼어드는 느낌없이 자연스레 말 상대를 해주셔서 즐겁게 술을 마셨다. 부담스럽거나 어색하지 않게 이야기가 이어져서 편안했다. 여럿보다는 혼자, 아님 둘이 오는 게 좋을 것 같았움.
강북에서만 바를 다녀본 내겐 칵테일이 다 비싸게 느껴졌지만, 앞에 앉아 쓰이는 술과 만드는 과정을 구경하다 보니 어느 정도 수긍이 갔다. 일단 윗 사진의 러스티 네일을 예로 들면, 보통?보다 비싼 술이 쓰였고 그때그때 손님이 원하는 느낌에 맞게 변형을 가하는 것 같았다. 피트, 훈제 향이 강한 한 잔을 말씀드린 결과는 라가불린에 토치?로 불???을 내뿜어서 강렬한 향이 더해진 러스티 네일. 어느 바나 손님의 기분과 취향에 맞추어 술을 낸다지만, 여기선 정말 내 몸에 꼭 맞는 맞춤옷을 입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나온 러스티 네일. 뒤로 얼핏 보이는 건 기본 안주인 견과류와 여러 종류의 초콜렛, 치즈, 크래커. 세 잔을 천천히 마시며 시간을 오래 보내다 보니 배가 고파서 꽤 여러번 받아먹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진상도 아주 꼼꼼히 부린 것 같아서 민망하다. ㅋㅋㅋㅋㅋ.
마지막으로 재밌었던 건, 칵테일을 마시는 중간중간에 데킬라/보드카 슬래머를 주셔서 다 같이 짠하며 마신 것. 칵테일을 다 마셨을 땐 이미 문닫을 시간이었지만 술이 덜 올라서 아쉬워하니 집에 가서 바로 잘 수 있게 해주신다며 샷을 연거푸 주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도합 대여섯잔은 마신 것 같은데 덕분에 정말 집에 들어와 바로 곯아떨어져 아주 꿀잠을 잤다. 감성을 훔치는 건 아직도 모르겠지만, 취기는 책임져주시는 것에 아주 흡족했음.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암쪼록 비싸서 자주는 못 가도 종종 가고 싶은 바. 술도 기분도 인상도 좋았다.
주소: 강남구 선릉로 160길 5, 전화번호: 02-511-8418
가격: 커버차지 1만원(/인), 칵테일 2.5-3만원선, 싱글몰트 엔트리급 2.2만원(/잔)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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