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리여리한 초록빛이 도는 샤르트뢰즈 토닉
대학원 생활 내내 거의 혼자 밥을 먹어온 탓에 요새 말하는 '혼밥력'은 굉장히 높은 편이지만 혼술은 조금 다르다. 혼자 바에 종종 다니는 편이면서도 여전히, 새로운 바에 갈 때는 잔뜩 긴장해선 심장이 쿵덕쿵덕 거릴 때가 많다. 홍대에 아주 꼭꼭 숨어있는 바, 여기 노네임은 약간 술기운이 오른 참에 용기가 나서 방문했다ㅎㅎㅎ. 조용해서 혼자 술 마시기에 좋다는 소문을 몇 번 들었는데 정말 분위기가 단정하다. 비교적 조명도 밝은 편이고, 한 켠의 전면 통유리창 덕에 쾌적하고 건전?하다는 느낌이다. 바텐더분들도 조용조용, 차분한 인상이셨다. 테이블은 없고, 널찍한 바에 자리가 9석 정도 있다.
왼쪽은 칵테일 '캐롤'을 만드는 과정, 오른쪽은 마르티네즈.
메뉴판은 따로 없고, 그날의 기분이나 원하는 맛을 설명하면 어울리는 칵테일을 추천해주신다. 내가 추천을 받아 마신 칵테일은 캐롤과 마르티네즈 두 가지. 마르티네즈는 마티니에 스윗 버무스와 비터를 넣은 칵테일이고, 캐롤은 맨하탄에서 기주를 꼬냑으로 바꾼 칵테일. 두 칵테일이 비슷한 맛이었다는 게 조금 아쉽지만, 맨하탄을 좋아하는 내 취향에 잘 맞는 선택이었다. 붉은빛이 예뻤고, 둘 다 질리지 않을 만큼만 적당히 달콤해서 기분이 좋아졌다. 아무튼 몇 종류 못 마셔봤지만 칵테일은 가게의 분위기처럼 아주 얌전하단 느낌. 잔술로 마실 위스키 종류가 많지 않다는 게 단점일 수 있을 것 같은데, 대신 테이스팅 인심이 후했다(ㅎㅎㅎㅎ). 첫 방문 땐 샤르트뢰즈 노랑/초록 병을 비교 시음해봤고, 갈리아노라는 신기한 바닐라/허브 리큐르도 맛봤다.
이곳의 매력이라면... 특유의 단정함과 혼자 들어서기 쉬운 분위기. 신나게 술술술술 마시고 흐트러질만한 분위기가 아니라, 두어잔 조용히 마시고 일어서게 된다. 혼자 앉아 공책이나 책을 펴면 왠지 찐따가 되는 것 같은 '놀자' 분위기인 바가 있는데, 여긴 차분한 분위기 탓인지 주위 손님들도 이야기를 소곤소곤해서 혼자 끼적끼적 낙서하며 술 마셔도 안 뻘쭘했다. 홍대에서 약속이 일찍 파할 때, 종종 찾을 생각이다.
주소: 서울 마포구 서교동 332-37 2층, 전화번호: ?
가격: 칵테일 1.3-1.5만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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