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한 윌렛 라이(54.9도♥)를 쓴 술꾼 버전의 맨하탄
'꼭 가봐야 할 곳'으로 바텐더 분들께 가장 많이 추천받은 가게. 처음엔 메모해두면서도 강남도 잘 안 넘어가는 내가 성남에 갈 일이 있나... 싶었는데 어쩌다 판교에 취업하게 되서, 일찍 퇴근한 어느 날 들렀다. 아, 방문 전날 우연히 동네 초콜렛 가게에서 이곳 사장님을 뵀는데, 인상이 엄청 좋으셨던 것도 한몫했다. 아무튼 위치는 분당선 가천대학교역 근처이고, 주택가인듯 번화가인듯 한 거리에 있었다.
가게 분위기가 독특하다. 사장님은 겸손하게 '누추하다'고 표현하시지만 촌스러운듯한 와중에 엄청난 양과 종류의 술이 모든 누추함???을 압도한다. 위스키 뿐 아니라 진, 꼬냑, 리큐르... 하여간 내 수준엔 모르는 술보다 아는 술을 찾는게 훨씬 빨랐다; 심지어는 토닉 워터도 일본에서 공수해서 쓰신다고. 그렇게 우와 우와하며 감탄하던 중 나온 첫 칵테일의 자태도 엄청났다. 바카라라는 값비싼 크리스탈 잔이었는데, 진심 술의 자태가 영롱해서 황홀할 정도ㅎㅎㅎㅎㅎㅎ. 아무튼간 10년에 걸쳐 쌓인 술과 시간의 흔적이 독특한 멋을 풍기는 곳이다.
(아, 사진의 '부즈파이터 맨하탄'은 신기했다. 달콤/씁쓸한 오렌지 향이 많이 피었고, 약간 묽은듯watery 하면서도 신기하게 도수가 높았다. 새콤한 첫맛에 가벼워서 마시기 쉬웠고, 끝으론 비터 특유의 나지막한? 맛이 입에 남았다. 맘에 쏙 들었던 한 잔.)
조니워커 그린라벨의 전신인 퓨어몰트!!!!
잘 모르긴 몰라도 이정도면 올드 바틀 바bar를 해도 되는 거 아닐까 싶을 정도로 희귀한 술들이 많았다. 궁금했던 조니워커 그린 라벨을 한 잔 마셔볼 생각으로 있냐 여쭤봤더니 말없이 이걸 그냥 맛보라며 내주셨다. 처음 향을 들이마셨을 땐 평범한데? 싶었지만 계속 맡으니 스모키, 스파이시한 향이 올라왔다. 입에 넣었을 땐 질감이 놀라울 만큼 부드러웠다. 입안을 코팅하는 느낌. 옆자리 손님들의 말을 빌자면 달콤한 셰리향에 담배향이 이어진다고했고, 그 외엔 개인적으로 peat 캐릭터가 꽤 있었는 것 같았다.
아무튼 낯선 동네, 낯선 분위기의 술집이어서인지 이곳에서 보낸 시간은 유독 일탈하는 느낌이었다. 나쁜 짓과는 아무 상관없이, 그냥 비행기 탈 때처럼 일상에서 잠시나마 떨어져나온 느낌. 음... 유일한 단점이라면 가게 외부의 화장실. 떨어져있어 불편하지만 지저분하진 않다. 그런고로 매달 한 번은 여행하는 기분으로 가고싶은 곳.
주소: 성남시 수정구 복정로 20, 전화번호: 031-758-6616
가격: 칵테일 (아마도) 2만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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