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꾼들에겐 '아, 그 네그로니 변형?'일테고 비술꾼들에겐 '부.. ㅂ 이름이 뭐라고???'일 칵테일. 네그로니에서 기주인 진만 위스키로 바꾼 술인데, 사촌쯤 된다고 보기엔 맛의 차이가 꽤 크다. 선선, 쌉쌀한 네그로니와 달리 불바디에는 한결 진득하고 달다. 캄파리의 쓴맛과 위스키의 알콜감이 확연히 누그러지면서 풍성한 달콤함이 된다. 워낙 부드럽고 달아서 호불호가 갈리지 않을 만한 술인데 이상하게 나는 그닥... 막... 좋지는 않다. 아마 들어가는 재료가 모두 한 몸이 되는 것같이 둥글둥글한 술이라 그런 것 같다.
반짝반짝 얼음이 비싼 술을 채운 욕조에 누운 것처럼... 사치스레 이쁜 느낌☆
이름의 소리만큼은 많이들 생소할 불바디에Boulevardier. 불어에서 온 단어이고, 보통 하릴없이 도시를 쏘아다니는, 팔자 좋은 한량들을 일컫는다(Boulevard: 큰길 + ier: '~하는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 일상에선 잘 안 쓰이는 예스러운 단어라 갸우뚱했는데 역시나, 레시피에 대한 첫 기록이 1927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오래된 칵테일이었다. 미국에서도 한참 잊혀져있다 2000년대에 들어서야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고. 네그로니처럼, 원조 레시피는 버번 위스키와 스윗 버무스, 캄파리를 1:1:1로 섞는 것이지만 여느 칵테일이 그렇듯, 비율은 집집마다 조금씩 다르다. 아무래도 술이 단 편이라, 주변 술꾼의 입맛엔 위스키를 좀 늘리고 버무스를 줄이는 편이 반응이 좋았다.
불바디에엔 오렌지 껍질, 올드팔엔 레몬 껍질!
올드팔Old Pal은 미국에서도 불바디에보다 더! 잊혀져 있던 술이다. 국내에 수입되는 버무스의 종류가 충분히 늘어난 게 최근의 일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이전에는 유명하지 않던 칵테일이라고. 보통 불바디에의 버무스만 드라이 버무스로 바꾸면 된다고 알려져있지만, 원작자의 레시피는 들어가는 술을 캐나다 라이 위스키와 프렌치 드라이 버무스로 특정하고 있다( 1링크). 그치만 요새는 적당히 라이 위스키에 국적불문 드라이 버무스로 통용되는듯 하다.
아무튼, 화려하고 달큰한 맛이 마치 한 몸처럼 느껴지는 불바디에에 비해 올드팔은 덜 달면서, 들어가는 술 각각의 맛이 한결 잘 드러난다. 라이 위스키를 썼을 때도 괜히 살짝 까끌한 것 같은, 혹은 날선듯한 맛이 좋았지만, 원조 레시피인 캐내디언 클럽 셰리 캐스크나, 아예 싱글몰트인 라산타, 글렌드로낙 등을 썼을 때가 좀 더 고상하면서 맛있었다. 셰리 캐스크 숙성 위스키를 많이 넣고, 캄파리를 적게 넣다보면 올드팔보다는 맨하탄에 가까워지면서도 또 그보다는 감칠맛이 도는, 재밌는 맛이 된다.
캄파리를 마셔보지 않은 사람에게도 달고 부드러운 불바디에 정도는 쉽게 추천할만한 술이지 싶다. 그리고 바에서 칵테일을 마시기 시작한 사람에게는 한결 담백한 올드팔을 권하고 싶다. 수입되는 버무스가 점점 다양해지고 있는고로, 베이스를 이리저리 바꿔가며 시도해보는 재미도 있다. 올드팔이 이미 지겨운 술꾼에게는 위스키를 셰리 캐스크 숙성으로 바꾸어 마셔보길 추천. 그리고 입맛이 유별난, 만사가 권태로운 술꾼에게는 아일라 베이스의 불바디에. ㅎㅎㅎㅎㅎ. 우리 모두, 건강이 허락하는한 꾸준히 과음합시다ง •̀_•́)ง
- Seirouseats와 위키피디아 등등에 따르면 ABC of Mixing Cocktails by Harry MacElhone라는 책에 원작자와 레시피가 처음 등장한다고 함.다만 1922년판에 처음 등장인지, 1927년판에 처음 등장인지는 논란이 있으나 내가 전문가도 아니고 뭐 이런것까지 읽고있나 싶다... [본문으로]
'🥂 술 > 칵테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행사 - 제임슨 바텐더 볼 (2) | 2018.06.06 |
---|---|
칵테일 - 브랜디 알렉산더 (4) | 2018.02.21 |
칵테일 - 엔드오브더로드End of the Road (8) | 2017.11.02 |
칵테일 - 행키팽키Hanky Panky (9) | 2017.09.06 |
칵테일 - 페니실린penicillin (12) | 2017.07.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