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와 달리 브랜디 맛이 꽤 나면서도 호로로 쉽게 넘어갔던 그 잔... @오파스
20세기초부터 온갖 영화와 노래에도 많이 언급되고, 존 레논이 좋아한 걸로도 알려진 달콤한 칵테일. 존 레논이 처음 친구에게 이 칵테일을 소개받아 연거푸 마시다 취해서 난동을 부린 일화와, 그 후로도 '밀크셰이크'라 부르며 자주 마셨단 기록은 쉽게 찾을 수 있다ㅎㅎㅎ. 꼬냑에 우유와 카카오 리큐르를 얼음과 함께 마구 섞는 술이라 내게도 시원하고 부드러운, 어른의 초코 우유 느낌. 제일 흔히 전해지는 레시피는 꼬냑과 우유(또는 생크림), 리큐르를 1:1:1로 넣는 건데, 이렇게는 좀 달다. 유지방이 맛을 둥글게 감싸는 탓에 정확한 계량이 중요한 것 같지는 않고, 그냥 손에 잡히는 대로 (취향껏) 꼬냑 2~3:우유 1:리큐르 1로 넣고 미숫가루 통에다 흔들어도 먹을만 하다. 시도해보진 않았는데, 우유 대신 아이스크림을 넣어도 괜찮다는 팁도 있었다.
고오오급만 들어간 호화로운 맛의 브랜디 알렉산더 @바인하우스
맨하탄/마티니류와 달리 집에서도 먹을 만 하게, 싸게 만들어 마실 수 있지만 여느 칵테일이 그렇듯 전문가가 좋은 재료로 만들어 낸 잔은 따라가기 힘들다. 바인하우스에서 마신 브랜디 알렉산더는 즉석에서 갈아낸 넛멕의 향이 코에 와닿는 느낌이 청량하면서, 칵테일의 맛은 구간이 나누어져있단 인상이었다. 카카오 향이 은은한 우유로 시작해서 목 뒤로 넘어갈 수록 마카다미아 리큐르의 꿀 같은 달근함이 입에 남는다. 쉽게 따라 하기 힘든, 고급스러운 맛. 어디서든 꾸덕하지 않게, 넘기기 쉬운 질감은 얼음과 셰이킹으로 잡을 수 있지만, 바를 다녀보니 카카오 리큐르와 넛멕은 재료가 받쳐주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술이 잘 안 받는 날, 쉬어가는 잔이 필요한 타이밍, 혹은 취기는 꽤 올랐지만 술은 더 마시고 싶을 때 아쉬운 마음을 달래줄 마지막 잔으로 종종 찾아 마신다.
알렉산더류의 원조라는 '진 알렉산더' @신촌 바코드
바에서 들었던 이야기 중 가장 재미있었던 건 요새 제일 유명한 건 브랜디 알렉산더지만 원형은 진gin이었다는 것. 애초에 진으로 만든 칵테일의 이름이 <알렉산더>였고, 진을 브랜디로 대체한 술이 유행하면서 <알렉산더 II>로 불렸다고 한다. 그러다 이제는 들어가는 술에 따라 데킬라 알렉산더, 브랜디 알렉산더, 럼 알렉산더, 커피 알렉산더 등 다양한 변형이 생겼다고. 궁금해서 마셔본 진 알렉산더의 맛은: 약간 밀키스, 암바사, 계란 흰자 거품 등이 떠오르는 재밌는 맛. 굳이 꼽자면 카이칸/라모스 진 피즈 류와 맛의 방향이 비슷했다.
아무튼 그래스호퍼, 셰리 와인과 함께 서양에서는 할머니들이 좋아하는 술로 꼽히는 칵테일. 나는 왜 할매 취향인가 잠시 고민했지만, 역시 노인들의 경험과 지혜(???)는 위대한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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