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nromach Wood Finish Hermitage 2005 (700ml, 45% ABV)
버번 캐스크(first fill)에서 첫 8년, 에르미따주 와인 캐스크에서 추가 18개월 숙성한 나무맛 위스키. 고작 18개월이지만 여타 위스키와 달리 제법 특징적인 향과 맛이 있다. 처음 뚜껑을 열면 마치 브랜디, 꼬냑마냥 포도 증류주 계열의 향이 난다. 그 과일풍의 향 덕에 첫인상도 어쩐지 달게 다가오는데, 입 안에서는 다양한 결의 나무향이 강했다. 부끄럼을 무릅쓰고 말하자면 한모금 한모금 마실 때마다 와인, 브랜디에 젖은 나무 판자가 생각났고 견과류와 함께 오물거리던 중에는 다크 초콜렛과 민트향도 잠시 떠올랐다. ㅎㅎㅎ...
예전 바코드에서 바닥에 얼마 남지 않은 분량을 마셨을 때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맛있어서 구입한 술이다. 당시엔 충분히 에어링되어 그런지, 아님 이미 오른 술기운 덕이었는지 알콜감은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아주 부드러웠고, 향과 맛에 단맛/과일의 인상이 덜해 한결 담백했다. 그리고 혀에 감도는 나무 맛이 아주 풍부하고 맛있다고 느꼈는데, 위스키 특유의 나무향이 딱히 매력적이라고 느낀 건 벤로막 에르미따주가 처음이라 인상깊었다. 심지어는 입에 남는 여운마저도 길어서, 한모금 한모금 마실 때마다 미스터 초밥왕에 나오는 것처럼 다양한 나무 그림이 내 뒤의 배경으로 떠오르는 느낌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당시의 메모를 살펴보면 '위스키는 대체로 향으로 먹는 술, 입에서 느껴지는 향을 음미하는 술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건 신기하게 향보다 혀로 느낄 수 있는 맛이 많다'부터 시작해서 '황홀하다', '신세계다' 등의 감탄으로 아주 난리다...
다크 체리, 혹은 브랜디같은 향이 강했다는 점에서, 비슷한 맛을 꼽자면 특이하게도 버번인 노아스밀 정도가 생각난다. 우드피니시는 라벨/병 모양이 참 대충 만든 것 같이 못생겼지만 벤로막 중에서도 꽤 고급 라인이고, 요 2005년 에르미따주는 딱 4,200병만 생산되었다고 한다. 그 덕에 (몽키숄더가 한 잔에 6천원인) 신촌 바코드에서 한 잔에 2만원, 그나마 저렴한 홍대 RS에서도 3만원을 넘어간다. 소매가 기준으로는 약 20만원 정도 나가는듯. 선뜻 귀한 선물을 사다준 남치니에게 이 자리를 빌려 고맙다는 말을 남긴다. ㅎㅎㅎ.
처음의 그 감동을 다시금 느끼려,
다 풀어질 때까지 묵혀둘랬지만 역시나
야금야금 까먹다 금방 비워버리고 만 술.
8월 중순에 샀는데 가을을 못 넘기고 사라졌다.
매력있는 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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