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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mes Distillers - Fifty Pounds Gin (700ml, 43.5% ABV) @신촌 바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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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촌 바코드에는 신기한 진이랑 미국 위스키가 많다. 갈 때마다 감사하게도 사장님이 조금씩 맛을 보여주시는데, 이것도 그렇게 발견한 술. 맛이 너무 '예쁜' 진이라는 사장님의 소개말처럼 첫인상이 아주 동글동글 오일리하고 향긋했다. 진도 각양각색이지만... 보통 사람들이 찡그리며 으 넘 날카로워, 쎄, 라고 할 때의 그런 콱 찌르고 힘든 맛이 없었다. 우아하고 예쁘다는 말이 참 잘 어울린다.


 그 뒤론 한 병이 수중에 들어와 두고두고 재밌게 마셨다. 딱 따라서 입가로 가져갈 때 부드럽게 폴폴 올라오는 솔향(...주니퍼 베리?)이 참 싱그럽다. 감귤류, 허브류 등의 향도 있는 것 같은데 워낙 소극적으로 오밀조밀 뭉쳐있어서 아무리 집중해도 콕 집어내기는 어려웠다. 내가 짚어낼 수 없을 뿐이지 복합적인 향이 있어서 밍밍하다는 인상은 없었음. 워낙 부드러운 탓에 크~ 할 것도 없이 마치 20도 정도의 술처럼 쉽게 넘어간다. 진이니만큼 한 번은 냉동실에 차갑게 두었다 마신 적도 있는데, 그럼 입에 굴릴 때의 쫀쫀한 식감(촉감?)은 살아나지만 향과 맛이 덜했다. 내 생각엔 토닉 없이도 맛있게 마실 만한 술. 특히 이걸로 셰리 마티니 만들면 아주 맛있을 것 같다.


 런던 근교의 Thames Distillers라는 작은 증류소에서 소량씩만 만드는 거라는데 나름 '프리미엄'을 표방해서 병마다 배치 넘버와 생산년도가 적혀있다. 18세기 초 영국에서 당시 인기이던 진 수입이 금지되고, 그 후로 영국 내에서 진을 (아무렇게나) 우르르르 만들고 과하게 마셔서 사회적 문제(Gin Craze)가 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때 왕이 진 생산자들한테 높은 세금을 확 부과하면서 결국엔 딱 두 곳만 합법적으로 만들어왔다는데 자기네들이 그 중 하나라며 자랑스레 홍보하고 있다. 이런저런 이유 때문인지 가격도 탱커레이급보다는 비싸다. 영국에선 약 30파운드, 국내에선 6만원선인듯. 진을 좋아한다면 한 번쯤 마셔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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