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득하게 먼 옛날, 신입생 시절 중국집에만 가면 선배들이 시키던 작고 이상하고 독한 술, 이과두주. 그치만 이젠 연태고량주에 맛 들였으니 예전과는 다르게 느껴질 것 같아서 도전해봤다. 일단 가격이 훌륭하다. 56도의 증류주인데 단돈 3천원!
생각보다 코로 올라오는 향이 괜찮았다. 고량주 특유의 시원·향긋한 소다/배pear 느낌이었는데 연태고량주와 차이가 있다면 약간의 수돗물 냄새 같은 게 섞여 있었고, 알콜 자체의 향이 좀 더 났다는 것? 맛은 구수짭짤한 곡물 맛이 연태고량주보다 강했다. 끝 맛은 좀 별로. 역시 수돗물...같이 썩 유쾌하지 않은 쓴맛이 있었다. 인상 깊었던 건 마시고 나니 뜨거운 불덩이가 목에 걸려있는 것처럼 화끈했다는 것. 똑같이 56도여도 위스키에선 이 정도의 뜨거움은 못 느꼈는데!
두어 잔 맛을 보고는 예전 댓글에서 추천 받은대로ㅎㅎㅎ 칭따오에 섞어서 마셨다. 이거 마시고 훅 가는 거 아닌가 좀 겁이 났지만... 궁금해서... 잔뜩 긴장하고 마신 칭따오+이과두주의 조합은 오b 오bbb 개인적으론 소맥보다 훨씬 맛있었다. 고량주 특유의 향긋한 향이 폴폴 나면서 시원알싸한 맥주의 맛! 소맥에선 느낄 수 없는 맥주/곡물의 구수함이 두드러졌다. 그리고 취기로만 따지면 엄청났던 가성비. 둘이서 칭따오 한병+이과두주 한병을 섞어 마셨는데 칭따오 두병+소주 두병 정도의 취기가 올라왔다. 주량이 약하다면 조심히 마셔야 하겠지만 술고래에겐 그야말로 안성맞춤ㅎㅎㅎㅎ. 이 조합이 마음에 쏙 들어서, 앞으론 양꼬치집에서 소맥 대신 이과두맥을 마시기로 다짐!
ㅡ덧: '이과두주 고량주 차이'로 검색 유입이 많아서 덧붙이자면... 고량주는 수수의 일종인 고량을 주 원료로 만든 증류주를 총칭하는 말입니다. 이과두주도 고량주에 속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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