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의 네이버후드보다 훨씬 우아한 분위기b
전날 밤 술을 마셨는데, 음... 어... 눈 떠보니 고속도로를 씽씽 달리고 있는 차 안인 상황, 혹시 상상이 가시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ㅎㅎㅎㅎㅋㅎㅋㅎㅎㅎㅎㅎ 그나마? 면허가 없는 나는 내내 잤지만 친구는 밤샘 운전으로 좀비가 되어있는 상태. 도대체 누가 부산 가자는 말을 꺼낸 건지 책임소재를 가리려 블랙박스까지 돌려봤닼ㅋㅋㅋㅋㅋㅋㅋ 우리가 오디오로 판독해낸 건, 새벽 두시에 차 안에서 여수밤바다를 듣다가, 떼창을 하다가, '바다 보러 가자!!!!' '부산?!????' '콜!!!!!' 의 과정을 거쳐 즉흥적으로 출발했다는 것. 바다는 인천에도 있는데 왜 부산만 생각난 건지, 왜 새벽에 아무도 차를 돌릴 생각을 안 했는지는... 술 때문인 걸로 정리했다(판사님 운전은 술 안 마신 친구가 했어요!!!!). 이것 말고도 황당한 일이 한두개가 아니었는데, 암튼 진심 영화 행오버 찍는 줄.
우여곡절 끝에 서울을 떠난 지 12시간 만에 겨우 해운대에 도착. 바다고 뭐고 오랜 시간 차 안에 낑겨 폭삭 늙은 심신을 조개구이와 회로 풀고 있는데 식당 창밖으로 내가 사랑하는 '갈매기 브루잉'의 입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 그리하여... 밥만 먹고 일찌감치 올라오려던 계획은 바로 내던지고 달려간 갈매기 브루잉 해운대점. 운전 당번에 당첨된 불행한 이를 빼고 나머지는 신나게 맥주 드링킹ㅋㅋㅋㅋㅋㅋ 일단 가게의 첫인상은 신촌의 네이버후드↖보다 훨씬 분위기가 좋다는 것. 생맥주는 갈매기 브루잉 것만 파는 네이버후드와 달리 타사 생맥주(Guest Tap)가 일곱 종이나 있는 것도 새로웠고, 일하시는 분들이 우리말에 서툴다는 것도 놀라웠다. '이거 하나 주세요' 정도 외에는 의사소통이 불가했움.
어느나라 식인지, 인터넷상에서는 '두체스' 드 부르고뉴라고 불리고 있는 Duchesse de Bourgogne.
갈매기 브루잉까지 와서 내가 고른 건 벨기에 맥주인 뒤셰스 드 부르고뉴(Duchesse de Bourgogne)ㅋㅋㅋㅋㅋ. 일단 ▶뒤셰스 드 부르고뉴는 시큼한 맥주(Sour Ale/Sour Beer)의 일종인 플랜더스 레드 에일이다. 미생물을 이용한 발효과정???이 있는 것과 오크통에서의 숙성을 거친다는 것이 특징. 외양은 불투명한 적갈색에 오밀조밀 풍성한 거품이 매력적이었다. 맛은... 맥주(곡물)보다는 와인(과일)쪽에 가깝다고 느낄 만큼 상큼새콤한 게, 눈감고 마셨으면 사과주(cidre)라고 생각했음직했다. 신맛이 강하지만 입에 머금고 집중하면 포도, 어두운 체리 향이 은은히 돌았고, 어디선가 카라멜도 떠올랐다. 질감은 가벼운 편이고, 탄산은 입자가 곱고 약한 편. 도수는 6% ABV. 내게는 괜찮았지만 확실한 건 호불호가 강하게 갈릴만한 맛이라는 인상이었다. 피자, 감자튀김 등과는 그닥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았고, 부드러운 서양 닭 요리와 같이 마시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투올(To Øl)의 Thirsty Frontier.
두번째 잔도 타사 맥주인 ▶투올의 떨스티 프론티어ㅎㅎㅎㅎㅎ. 일단 갈래는 도수/홉의 풍미 모두 보통의 IPA보다 좀 약한 세션 IPA다. 일단 IPA답게 복숭아, 자몽 등의 달곰한 과일 향에 화사한 풀? 잔디?의 느낌도 같이 났다. 씁쓸한 홉의 맛이 끝에 좀 남았지만 부담스럽진 않은 정도. 보통 정도 바디감에 약한 편인 탄산. 나쁘지 않은데 뭔가... 탁하단 인상이었다. 입가에 묻는 맥주가 끈적하게 말라서 그런지, 아니면 정말 맛이 탁한 건지. 암튼 그런고로 과일/풀 향이 꽤 향긋했지만 다시 시키진 않을 듯한 맥주. 도수는 4.5%.
맥주집에선 처음보는 메뉴인 깔조네!
신기한 건, 안주가 신촌과 아주 달랐다는 거다. 깔조네 등 신촌엔 없는 메뉴가 많은 것뿐 아니라, 옆 테이블을 살짝 훔쳐보니 고르곤졸라처럼 신촌에 있는 메뉴도 음식의 모양새가 아예 달랐다. 일단 크기가 훨씬 작았고, 토핑도 구성이 달랐음. 맛은, 신촌이 미국식이라면 여기는 유럽풍이라는 것...? 사실 깔조네만 먹어보고 이렇다저렇다 할 수는 없지만, 감동적인 맛은 아니었다. 모짜렐라, 양파, 치킨, 소세지, 살라미가 들어있었는데... 내 입맛엔 좀 덜 짜고(야채를 더 넣고) 도우가 더 얇았으면 좋았겠다 싶었음.
마지막으로 진짜 마음에 들었던 건, 위스키를 세 종류 팔고 있었다는 것. 근데 그 세 종류가 어쩜, 강렬한 불렛라이/스모키한 라프로익10/달달한 발베니 이렇게ㅡ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들로 이렇게 구성도 골고루 적절하게! 피맥 한잔하고, 배는 부르지만 일어나기 아쉬울 때 위스키 한두잔 딱 하면 정말 좋을 것 같았다. 특히 피자에 훈제향 폴폴 나는 라프로익이 꽤나 잘 어울릴 것 같았고, 불렛라이나 발베니는 디제스티프 개념에 딱 맞을 것 같았다.
총평하자면: 음식의 수준이 물음표이지만 갈매기 브루잉의 맥주(♥)와 다양한 게스트 탭, 그리고 적절한 구성의 위스키 덕에 서울에 있었으면 뻔질나게 드나들었을 집!
주소: 부산 해운대구 우동 1386 2층, 전화번호: 051-622-8990
가격: 갈매기 생맥주 6-7.5천원, 타사 생맥주 0.8-1.3만원, 불렛라이 7천원, 라프로익/발베니 1.2-1.3만원
피자류 1.3-1.4만원, 후라이드 치킨/치킨 윙 1.4만원, 카프레제 샐러드 1.2만원, 감자튀김 7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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