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히 일이 많았던 것도 아니고, 누가 구박한 것도 아닌데 그냥 기운 없고 힘들었던 날. 집에 들어오자마자 맥주 한 잔 따라놓고 편히 주저앉을 생각 하나로 온종일 겨우 버텼다. 그러니까 오늘은 달달한 초콜렛 케이크에 예쁜 흑맥주, Meantime Chocolate Porter. 모카 향을 내기 위해 네 가지 다른 몰트를 잘 볶아 넣고, 숙성과정에서 진짜 초콜렛도 넣었다고 한다. ㅡ 도수는 6.5%.
일단 병이 되게 예쁘다. '초콜렛'이 쓰여 있어서 맛이 이상할까봐 약간 고민하긴 했는데, 아예 디저트 술로 마실 생각하고 집어왔다. 짙은 밤색에 보송한 베이지색 거품. 코에 은은한 초콜렛 향이 올라왔다. 허쉬 초코 우유같은? 하지만 맛이 초콜렛이었던 건 아니고, 바닐라/커피 향이 진한 흑맥주였다. 약한 탄산에 가벼운 질감, 그리고 스타우트답게 조금 쌉싸름한 끝맛. 죽 마시다보니 입안의 커피 향과 코의 초콜렛 향이 섞여 어느 순간 딱 카페모카가 떠올랐다. 어쩌면 나중엔 질릴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일단은 초콜렛 케이크와 아주 잘 어울려서 만족스러웠다. 디저트 삼아 단독으로 마시거나, 달다구리와 함께 마시면 괜찮을 법한 술. 구입가는 동네 비어슈퍼에서 8천원, 재구매의사 있음!
ㅡ 덧: 스타우트와 포터가 의미하는 바에는 복잡다단한 변천사가 있지만, 다 잘라내고 현재 시점에서 보면 일단 상면발효형식(Ale)의 어두운색 맥주를 뜻한다는 점이 같다. 그런데 포터와 스타우트 중 어느 것이 더 강렬한? 맥주를 가리키는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양조업자들 사이에서도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듯하다. 그런고로 한 브루어리 내에서 포터와 스타우트를 구분해서 내는 드문 경우를 제외하고는 두 단어가 혼용되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라고 한다. 아 참고로 하면발효방식(Lager)의 흑색 맥주로는 슈바르츠/둔켈이 있다. 이런 이유로 '흑맥주'라는 단어가 맥주 애호가 사이에선 무식한 말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구찮으니까... 앞으로도 일일이 구분하지 않고 색이 까맣다면 본문에선 그냥 적당히 '흑맥주' 라는 단어를 사용할 예정!
'🥂 술 > 맥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맥주 - 히타치노 네스트 화이트 에일 (15) | 2016.03.29 |
---|---|
맥주 - 브라우체코 라거 (0) | 2016.03.28 |
맥주 - 발라스트 포인트 스컬핀 IPA (2) | 2016.03.21 |
맥주 - 발라스트 포인트 칼리코 앰버 에일 (2) | 2016.03.21 |
맥주 - 테넌츠 위스키 오크 숙성 맥주 (3) | 2016.03.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