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남동 에일, '연애'.
저녁 약속 전에 시간이 좀 남아서,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가볼 곳 목록'에 있던 크래프트 원을 방문! 연남동을 걷다보니 오후 여섯시도 안된 시간에 줄 서는 집이 많았는데, 다행히 여긴 자리가 몇 석 있었다. 초저녁이라 다행이지, 아무래도 금토 저녁엔 자리가 있는지 전화해보고 가는게 안전할 듯? 아무튼 바에 앉아 메뉴판을 펼쳤는데, 여느 수제 맥주집보다 저렴한 가격에 마음이 훈훈ㅎㅎㅎ. 넓지도 좁지도 않은 매장에 무심한 듯한 인테리어, 첫인상도 괜찮았다. 이 가게의 자체 양조장 Brew One의 수제 맥주로는 여섯 종류가 있었다: 독일식/벨기에식 밀맥주, IPA, 스타우트, 그냥 에일, 필스너 이렇게 구성도 골고루 딱 적당히! 게다가 각 메뉴의 설명에는 아로마와 몰트 당도가 수치로 표현되어 있어 선택에도 도움이 됐음b.
일단 첫 잔은 사진의 ▶연남동 에일(4.8%)을 주문. 홉의 쓴 맛을 싫어하는 나도 즐길 수 있을 정도의 가벼운 쓴 맛에 오렌지 쪽의 과일 풍미가 살곰살곰 느껴지는 맛. 가운데는 고소하고 신맛도 있었고, 전체적으로 균형이 잘 잡혀있었다. 잔잔한 탄산에 중간 정도 바디감. 두터운 거품은 유지력이 좋아서, 마시는데 층층이 자욱이 남았다. 약간의 맥아 향 외에 코로 맡을 수 있는 향은 없는 편. 얌전한 맥주를 좋아하는 내 취향에는 딱! 맞았지만, 강렬한 IPA를 즐기는 취향이라면 심심할 수도.
Fuller's ESB : ★★★★★!!!!!
금세 한 잔을 다 비우고, 메뉴판을 정독하는데 ▶풀러스 ESB(6.8%)가 생맥주로 있는 걸 발견! 댓글로 추천을 받고 먹어봐야지, 하고 벼르던 맥주라 큰 잔으로 주문했다. ESB는 Extra Special Bitter의 줄임말이라는데, 이건... 이건... 정말 신세계. 일단 이름과 달리 그렇게 쓴 축의 맥주는 아니었고, 홉의 맛이 쓰기만 한게 아니라는 것, 홉도 맛이 다 다르다는 것을 ESB를 통해 처음 체감했다. 홉의 씁쓸함이 분명 있는데, 그 맛이 '싱그럽다', '화사하다'라고 표현될 만큼 맛있었다. 연애에 비해서 향긋한 과일향이 코에 훨씬 풍부하게 올라왔고, 달달고소한 맥아의 맛도 잘 섞여있었다. 입에 남는 텁텁한 끝맛도 없었음! 거기에 직원 분께서 ESB와 잘 어울릴거라고 주신 얼린 청포도를 살짝 녹여 한 알 입에 넣으니 '오'b, 눈이 번쩍 떠졌다. 정말 시원상큼. 이런 아이디어는 누가 내는거짛ㅎㅎㅎ 메뉴판에는 없어서 아쉬웠지만, 이번 여름엔 이거 꼭 직접 만들어서 맥주 안주로 구비해 놓겠다고 다짐. (근데, 다 좋은데, 이런 맥주에 이런 잔은 조금 실망스러웠움)
브루원의 생맥주는 한 종류밖에 못 먹어봤지만 그 한 잔의 경험과 가격대를 고려했을때 너무나 매력적인 집. 주위에 물어보니 나만 이제 알았지 3년이나 된 유명한 집이라고... 심지어 밍글Mingle은 국내 토종 수제맥주 1호라고... 아무튼 다음엔 꼭 사람들과 우르르 몰려가서 기름진 안주도 시키고 맥주를 양껏 마셔보고 싶다.
다윗 스타우트(DaWheat Stout)와 소세지+맥앤치즈, 리필스 필스너
ㅡ덧: 브루원 넘나 좋음. 맛도 빼어난 데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다!!!! 갈매기 브루잉과 함께 좋아하는 국내 브루어리로 등극. ㅎㅎㅎㅎㅎㅎ.
주소: 마포구 연남동 227-1, 건물 2층. 전화번호: 02-3144-7499
가격: 브루원 생맥주(≈400ml) 5~6천원, Guest Tap: 스컬핀/ESB/설레임 에일(360ml) 7천원~1.1만원.
치킨, 버거, 소세지, 감자튀김 등의 안주 8천원~1.5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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