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âteau Filhot(양조장) Sauternes(와인 종류) Gold Reserve 1998(포도 수확년도)
Noble rot, 그러니까 '귀하게 썩힌(貴腐귀부)' 와인이라고 불리는 소테른 와인. 포도를 썩혔다고 하니 그 자체로도 호기심이 동하는데다가 소테른 와인 캐스크에서 숙성한 위스키(아란 소테른 캐스크 피니시, 글렌모렌지 넥타 도르)도 종종 마주친 뒤론 꼭 한 번 마셔보고 싶었다. 와인 장터를 둘러보니 리외섹Rieussec같이 유명한 브랜드는 제일 싼 것도 10만원을 호가하고 있어 군침만 삼키다... 2만원대의 제품을 발견하고 덥썩 사봤다. 빈티지고 뭐시고 잘 모르겠고 그냥 한 번 마셔보는 데 의의를 두기로 했다.
어찌 됐든 썩은 포도로 만든 디저트 와인이라고 하니 겁이 좀 났는데, 막상 그렇게 변태적이진 않았다. 다만 여타 디저트 와인이랑은 확연히 다른 점이, 고무 같기도 꾸릿한 염소 치즈 같기도 한 독특한 향이 중심을 받치고 있었다. 그 위로 바나나, 살구, 꿀 같은 달달한 향이 감돈다. 동글동글 진득하게 입안에 와닿는 술의 느낌이 고급스럽다. 크림 셰리쯤 되나 싶을 정도로 아주 단 편인데, 향이 복합적인 데다 고무/비닐 탄내 같은 낯선 향과 신맛/짠맛이 바탕색을 담당하고 있어서 쉽게 질리진 않았다. 푸아그라랑 먹는 것이 정석이라는데 그런 것이 집에 있을 리는 만무하고... 햄/치즈를 얹은 빵, 그리고 감자튀김!이랑도 아주 찰떡같이 어울렸다.
왠지 이건 보급형이고 더 고급 라인이 있을 것 같지만... 일단 샤또 필로는 소테른 2등급이라네요.
그렇게 말하면 어떤 맛인지 누가 공감하겠냐고, 허세라고 친구가 타박했지만 전반적 인상으로 나는 딱 졸인 사과랑 구운 까망베르 치즈가 떠올랐다. 재미는 있는데, 물려서 많이는 못 먹겠는 맛이다. 특유의 향이 고무/비닐 탄내처럼 느껴지기도 해서 거북할 수도 있는 맛. 가격만 아니라면 어~쩌다, 정말 어~~~쩌다 한 번씩 조금 더 좋은 소테른을 마셔보고 싶다. 플라스틱 같은 향이 공통적인 건지도 궁금하다. 유명 제품들을 하프 보틀로 해서 반값에 좀 팔아주면 좋겠다. 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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