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이 많진 않지만, 다녀본 곳 중 차tea를 이용한 칵테일을 가장 잘 하는 곳. 그치만 개인적으로는 매력을 느끼기 어려웠던 곳. 첫째로는 티 칵테일 자체가 내 취향엔 딱히 맛있지 않기 때문이고(원래 차를 잘 모르기도 하고, 그냥 술만 넣은 칵테일이 더 맛있움), 두번째는 사장님이 퉁명스러우셔서다. ㅡ일단 차를 넣고 칵테일을 만든다는게 어려운 건 알겠다. 술과 섞여도 차의 향이 묻히지 않으려면 차를 많이 넣거나 진하게 우려야 할텐데 무작정 많이 넣으면 음료가 대책없이 묽어지고, 진하게 끓이자니 떫어지기가 쉽다. 바인하우*, 파파*, 오무*에서 티 칵테일을 마셔본 결과 질감/무게감이 그냥 칵테일에 비해 옅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은 깨달았다. 그와중에 차의 향과 술의 맛을 모두 살리면서, 향을 다채롭게 뽑아내는게 관건이라고 생각했다.
벨로의 칵테일은 그런 점에서 잘만든 술이다. 처음 맛본 칵테일은 역시나 맛은 가볍지만 향이 어지러울만큼 많다고 생각했다. 차에 익숙하지 않아선지, 그 방향도 신선하다. 듣기로는 당시에 쓰인 재료가 레몬 머틀lemon myrtle, 딜dill, 스위트피, 오이였는데 나는 뭉뚱그려 '오이, 야생 허브...? 리치lychee...' 정도만 떠올리다 포기했다. 묽은 거야 티 칵테일 자체가 그런 거고, 향을 이렇게나 풍부하게 살린, 그리고 이렇게나 새로운 향을 소개하는 칵테일을 맛보긴 쉽지 않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그냥, 맛있질 않았다. 앞서 언급했듯 우선은 술에 비해 묽은 특성 탓에 싱겁다는 생각이 계속 들기도 했지만, a) 여기서 맛본 새로운 향은 낯설기만하고 직관적으로 좋지가 않았다. 또 여기는 '티룸'이라고는 써있지만 메뉴판에는 써있지 않은 음료들이 훨씬 많다는 점에서 일종의 바bar처럼 다가왔는데 b) 내게 추천해주신 것들이 기대했던 바와 잘 맞아 떨어지지 않은 점도 아쉬웠다. 처음에 주문한 술은 '바질이나 민트 좋아요, 허브맛 많이 나는 센 칵테일 뭐 있을까요?'했는데 바질/민트가 당시에 없었던 건지, 오이/딜 향이 나는 걸 주셨고. 두번째는 '셰리 들어간 드라이한 거요!'했는데 피노 셰리와 보이 생차가 들어가 정말 어마어마하게 홀쭉하고 떫은 잔이 나왔다. 술만 마시던 내게 '드라이하다'는 표현은 단맛이 적다, 정도로 이해하고 있었는데 차의 세계에선 떫거나 쓴맛이 나는 걸 의미하는 건가하고 충격적이었을 정도. 두 잔 다 내가 주문하며 기대한 바와 안 맞았던 점도, 또 따로놓고 봐도 생소하고 어려운 맛이었던 것도 아쉽다.
그리고 마지막으론 최대한 조심스레 말해서 c) 딱딱한 사장님의 표정/말투. 처음 방문했을 때의 대화가 '우와 술 많다 홍홍홍 저 티 칵테일 마시러 왔는데요...' '아 거기 메뉴판 보시고 말씀하세요' '여깄는게 다예요?' '인스타그램 보시고 고르시면 됩니다' -와 같은 식이었다. 다행히 인스타그램을 시작한 참이긴 했는데 여기 계정은 모르던 상태여서 좀 당황스러웠다. 무엇보다 굳은 표정으로 눈길조차 주지 않는 점과 불친절한 단답에서 내가 뭐 잘못했나... 싶었을 정도. 후에 여기 단골과 같이 방문해서 보니 친한 손님들과는 웃으며 친절히 설명도 해주시는 것 같았지만 흠; 초면이고, 서비스와 사람의 기색에 민감한 나로써는 불편했다.
외부의 코팅이 녹아내려 검은물이 떨어졌던ㅜㅜ 신메뉴, 마르코 폴로 민트 줄렙 1
모든 외식업에서 그렇듯, 가격이 어느 수준 이상으로 책정된 곳에선 맛뿐 아니라 서비스(바bar의 경우 특히나 맞춤형 추천과 친절)도 함께 구매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쩜쩜쩜... 여기 사장님이 티 칵테일 '1세대' 혹은 '선구자'로 널리 알려진 분이시고, 매스컴도 마이 타고 여기저기서 가르치기도 하시는 분으로 알고있지만 나는 위의 세 가지 이유 때문에 앞으로 가지 않을 생각이다. 이제껏 블로그에 후기를 적으면서 여기보다 훨씬 서비스가 안 좋음에도 딱히 언급하지 않고 넘어간 적이 많아서 조금 마음이 불편하긴 하지만, 앞으로는 가감없이 적겠다는 다짐이다.
요약하자면: 이런저런 이유로 나는 그닥이지만 일반적으로 평이 좋은 곳. 음료가 예쁘고 사진도 잘 나오고 잔으로 판매하는 술도 저렴한 편이다. 차를 알고 마시는 사람들에겐 주저없이 권할만하다.
주소: 마포구 독막로 19길 32, 전화번호: 02-332-5533
가격: 목테일(무알콜) 1.2만원, 티 칵테일 1.5만원선.
- 같이 주신 나무 코스터가 물기를 충분히 흡수하는 것도 아니라(티슈도 내가 깔음), 들고 마시다가 바지에 떨어진 검은 물이 빨아도 지워지지 않는 자국을 남겼다. 심한 건 아니고 비싼 바지도 아니라 그냥 넘어가긴 하는데 진짜... 후... (심호흡)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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