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겐모어 러스티네일. 위스키와 거의 안 섞였다 싶을 정도로 스파이씨했다.
작년, 경성대 잭슨에 방문했을 때 추천받았던 바. '술을 진짜 계속 줘서 기어나올 수 밖에 없는 곳'이라는 소개말 덕에 잊지 못하다가, 부산에 내려올 기회가 생기자마자 제일 먼저 들렀다. 이런데 바가 있다고..? 싶은 평범한 오피스텔 상가 건물인데 'Papas'라고 쓰인 문을 열고 들어서니 아, 사방이 술병으로 둘러쌓인 분위기가 아늑하고 예뻤다. 바엔 열두어명 정도 앉을 수 있는 크기였고, 저 멀리 4인용 테이블도 두 개 있었는데 금/토요일에는 외국인 손님으로 아주 북적북적하다고 했다. 일단 부담스럽지 않은 분위기가 좋았고, 가게 외부에서 보면 자판기처럼 보이는 게 사실은 비밀 문이었던 것도 재미있었다. 그리고 소문마따나 공짜 술이 참 많았다; 칵테일 서너 잔 주문했는데 그 사이사이에 차례로 제임슨 곱빼기 샷, 올드패션드 한 잔, 킬케란 한 잔, 알마냑 한 모금, 또 제임슨 샷을 서비스로 받는 바람에 2차를 못 가고 이른 시간에 숙소로 돌아왔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신기했던 건 많이 따른 잔과 조금 따른 잔의 향이 꽤 달랐다는 거다!
분위기 괜찮고, 서비스 많아서 신나고, 가격도 서울의 한남 등지에 비하면 저렴한 편인 거 다 느무느무 좋지만 그래도 역시 내게 제일 중요한 건 칵테일의 맛인데, 음 파파스는 일단 새롭고 신선한 시도를 한다는 인상이다. 특히 이날은 사장님이 차tea를 섞은 칵테일을 많이 주셨다. 차를 급속으로 끓이고 식히고... 얼핏봐도 품이 많이 드는 잔이 많았는데, 특히 얼그레이와 체리/오렌지 맛 술 위로 으깬 얼음+라프로익이 한 층 올라간 칵테일이 인상적이었다. 좋은 술 두어종류를 방망이 깎는 노인같은 장인의 솜씨로 섞어내야 맛있는 클래식 칵테일보다는('러스티 네일 독하게 주세요'), 입맛을 설명한 후 이곳에서 고안한 칵테일을 시도하는 편을 추천한다('피트향 나면서 맛이 복합적이고, 술도 센 칵테일이면 좋겠어요'). 겨우 한 번 방문했을 뿐이므로 균일한 정도의 만족감을 매번 보장할 지는 알 수 없으나 확실히 재미있는 곳.
주소: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해변로 287, 전화번호: 051-746-8819
가격: 칵테일 1.3-1.5만원선.
'🍽️ 술집 > BAR'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홍대/상수 - 살롱 드 떼 벨로Salon de thé Bellot (14) | 2017.07.26 |
---|---|
연남동 - 허니홀Honey Hole (4) | 2017.07.24 |
청담 - 르챔버 (2) | 2017.05.26 |
홍대 - 디스틸d.still (14) | 2017.04.20 |
한남동 - 몽키 숄더 (10) | 2017.04.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