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라 베이스의 페니실린.
여긴 가기 전부터 여러 사람에게 단단히 주의를 받았다. 음식도 맛있고 칵테일도 맛있지만 퉁명스런 응대에 기분 상할 수 있으니 주의하라고. 표정이나 말투 등은 순전히 주관적인 거라 뭐라 말하기 참 어렵지만, 막상 와보니 왜 여길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는지 이해가 갔다. 손님을 반가이 맞아 준다는 느낌은 아니라, 혼자 오고 싶은 곳은 아니었다. 아무튼. 여기 시그니처 칵테일도 다른 곳에 비해 잘 짜여있고 클래식 칵테일도, 음식도 맛있다. 들어간 고민에 비해 가격도 비싸지 않다는 느낌.
무엇보다 메인 바텐더님이 짧은 시간에 입맛을 파악하고 적절한 추천을 해주시는게 손에 꼽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당시에 '진 베이스 좋아요, 단맛 신맛 싫어요, 독한 거 좋아요, 근데 지금 술이 좀 취한 것 같아요, 마티니는 말고요'...라고 내가 말해 놓고도 어쩌란 거지 싶은 요구였는데 더비derby라는 입에 꼭 맞는 칵테일을 소개해 주셨다. 진에 민트 잎과 복숭아 비터만 넣는 칵테일. 원래는 스터하는 술인데, 이미 오른 술기운을 고려해 시원하게 먹을 수 있도록 충분히 셰이킹해주신 것도 감동적.
민트향 시원하면서 달달한 복숭아맛도 살짜쿵 어린 더비.
갖춘 술의 종류도 많고, 술과 음식이 모두 맛있어서 그런지 내 주위엔 여길 싫어하는 사람만큼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다. '아 바텐더는 역시 전문직이구나'하고 감탄할 만한 경험과 실망스러운 경험이 같이 있었지만 그래도 괜히 아시아 베스트 50은 아니구나, 싶은 곳. 번잡한 홍대 뒷골목에서 오랜 세월 간판 없이 조용히 영업하고 있다. 찾기가 조금 힘들 수 있는데, 지도 찍고 블라인드 쳐진 가게의 나무 문을 그냥 용감히 열면 된다. 내겐 편히 발길 닿는 곳은 아니지만 일단 여기서 파는 모든 것이 맛있으므로 추천.
주소: 마포구 와우산로 15길 10, 전화번호: 02-337-7560
가격: 칵테일 대부분 1.8만원, 안주류 1만원 중반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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