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자노 1757을 쓴 헨드릭스 마티니. 씁쓸하고 상쾌하고 맛있었다.
이 날은 여기 두 시간쯤 앉아있는 동안 혼자 들어와 조용히 술 시키는 손님을 세 명이나 봤다. 왜일까... 생각해보니 가게가 적당히 넓고 층고도 높아 시선/관심이 분산되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게다가 왠지 셔츠라도 입고 가야할 것 같이 반듯한 광화문, 한남동쪽과는 달리 마감을 덜 한듯, 녹슬고 바랜듯 결을 드러낸 철제/시멘트 느낌의 실내 분위기 때문에('인더스트리얼 무드') 왠지 부담없고 편한 것 같기도 했다. 술이 빼곡히 들어찬 정신없는 술장과 장식품이 많은 벽면, 빈티지한 조명도 일맥상통인 것 같고. 예쁜 옷 입고 고급스런 곳에 가서 정중한 응대를 받고싶을 때도 있지만, 그냥 편안히 턱 괴고 구석에 앉아 조용히 술 몇 잔하고 싶을 땐 이런 분위기가 좋을 것 같았다.
아무튼, 이곳저곳 유랑하다보니 이상하게 스탭들이 기가 넘 쎄서? 주문하고 앉아있기가 힘든 곳들이 있는데, 여긴 사장님과 직원분들이 모두 되게 친절하셔서 좋았다. 그냥 동네 바라고 하기엔 술도 많고, 신기한 창작 칵테일 메뉴도 많다. 기네스로 시럽도 만드시고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시는 듯. 사실 가벼운 시그니처 메뉴쪽은 내 취향이 아니었지만, 사장님이 만들어주신 칵테일은 다 맛있었다. 약간 씁쓸한 맛이 도드라지는 헨드릭스 마티니나, 올리브 맛이 날듯말듯한 더티 마티니나 다 기분좋게 마심. 싱글몰트가 유행하기 전 플레어 시절부터 일하셨대서 왠지 믿음도 갔다. 맨날 퇴사와 대학원, 전업, 백수 생활을 놓고 갈팡질팡하는 내게 한 분야에서 10년은 그 자체로 리스펙트...
글렌파클라스 CS 105 (1.6만원)
동네 탓인지 편안한 분위기만큼 가격도 편안했다. 메뉴에 올라있는 진 토닉, 올드 패션드등의 기본 칵테일들이 1-1.5만원선. 물론 술꾼 버전으로 베이스를 바꾸어 마시면 가격이 쭉쭉 올라간다. 헨드릭스, 라프로익 등을 쓰니 1.9-2.3만원 수준. 하나 엄청 신기한 건 비 오는 날엔 입장료 만원에 전 메뉴 50% 할인을 하는 이벤트가 있다고. 이거 진짜냐, 장마철에도 하시냐 물어봤는데 하신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 집에서 멀지만 않았어도 뺀질나게 드나들었을 것 같은 곳. 이유는 모르겠는데 그냥 왠지 호감이다. 바의 만족도는 원래 엄청 주관적인거니까...!
주소: 강북구 노해로 8가길 31 ㅡ 지하 1층, 전화번호: 02-999-7727
가격: 칵테일 1-1.5만원선 (베이스 바꾼 술꾼 버전은 1.5-2.5만원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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