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teau La Tour Carnet(양조장 이름) Grand Cru Classé en 1855('1855년에 그랑크뤼로 분류됨') Haut Médoc(지역명)
Grand Cru Classé en 1855. 오랜만에 맛본 '그랑 크뤼' 와인. 그랑 크뤼는 와인의 등급인데, 보르도 지역에 한해 말하자면 1855년에 나폴레옹 3세가 샤또(양조장)를 기준으로 정한 5등급 체계다. (cf. 부르고뉴는 포도밭을 기준으로 그랑 크뤼 등급을 정함) 벌써 150년도 전에 정해진 것이니만큼 과연 저 샤또들이 지금도 예전의 명성을 유지하는 지에 대해선 이래저래 말이 많지만 일반적으로 '그랑 크뤼'라 하면 어느정도 고급 와인이고, 맛이 있을거라고 기대해도 무리없는 것 같다. 그랑 크뤼가 아니어도 비등한 수준의 와인이 많다지만 여기에서 제외된 것 중 뭐가뭐가 맛있는 지 자세히 파고들기에는 먹고사는 일이 넘 복잡하다. 등급제는 그냥 적당히 신뢰하는 게 세상살이에 편한 것 같다.
(1등급은 딱 다섯개인데 요 5대 샤토의 와인을 마시거나 구경할 기회가 있다면 누군가 옆에서 꼭 이거 '그랑크뤼 1등급이야'라고 언급할 것이므로ㅎㅎㅎ 라벨을 뜯어보거나 이름을 외우지 않아도 될 것 같고, 2~5등급에 해당하는 나머지 50여개 샤또의 경우는 보통 라벨에 상세 등급 정보없이 그랑 크뤼 클라쎄(Grand Cru Classé, 직역하면 '그랑 크뤼로 분류됨')라고 적혀있다.)
Chateau La Tour Carnet 2012. 얘는 4등급 와인인데, 일단 그랑 크뤼라고 병부터 달랐다. 사진 오른쪽에 빼꼼히 보이는 저가 보르도 와인보다 유리가 훨씬 두껍고 무겁다. 이날 컨디션이 파김치인 상태라 향은 잘 모르겠었고 맛은... 우와. 처음엔 초콜렛, 까만 체리의 묵직한 점잖은 향으로 시작해서 슬그머니 치즈...? 술에 절은 나무....?가 연상되는 발효취로 넘어가서 이 향이 입 안에 꽤 오래 남는다. 이 와인 시음기에는 오크, 탄닌이라는 말이 많이 쓰이겠구나, 싶은 맛. 입에 들어올 때의 느낌도 두툼하니 부드럽다. 달지 않아 반가운 와중에 즐길 수 있는 향이 많았다. 전반적으로 sweet보다는 savoury에 훨씬 가까운 와인이고, 입맛을 많이 돋구는 술이다. 포도 품종은 61% Merlot, 35% Cabernet Sauvignon, % Petit Verdot, 1% Cabernet Franc.
로버트 파커는 90점을 주며 "Its excellent dense ruby/purple color, sweet cassis, black cherry fruit, supple tannins, medium to full body and attractive, long finish make for an impressive wine that should drink nicely for 10-15 years. It's already accessible."라는 평을 남겼다. 지금 마셔도 맛있었지만, 10년 정도 더 묵혔다 먹었으면 훨씬 재미있었을듯. 샤또 라 뚜르 까르네의 가격은 빈티지(생산년도)에 따라 천차만별이었는데, 2012는 30유로대로 그 중 저렴한 축에 속하는 것 같았다. 선물 받은 술이라 국내 판매가는 알 수 없지만 두어배 비싸게 팔겠지...
Haut Médoc. 오 메독은 '윗 메독'이라는 뜻의 지명이다. 보르도 그랑 크뤼 와인은 산지가 거의 메독이라는 동네에 몰려있는데, 이 메독 지역 중에서도 높은(Haut) 지대의 와인이 일반적으로 쫌 더 괜찮은 와인을 만든다고 통용된다. 품질을 보증하는 지표라고 할 순 없지만, 와인 일일이 검색해보기 귀찮을 때 난 그냥 요 Haut Médoc을 믿고 사기도 한다. 불어를 알아도 이름에 익숙해지기까진 경험이 필요한데, 불어를 모르는 친구들에게 품종, 라벨 각종 문구의 뜻, 유명한 마을 이름, 빈티지 등을 설명해봤자 금방 까먹을 것이 분명하므로: 보르도 와인 추천을 부탁하는 친구들에게 나는 서너가지 단어를 외워뒀다가 라벨에서 발견하면 사라고 조언한다ㅋㅋㅋㅋㅋ. 예산이 30유로 이하일 땐 Cru Bourgeois(크뤼 부르주아 - 그랑 크뤼 보다 낮은 또다른 등급 체계), 10~20유로 선에선 Haut Médoc(오 메독 - 산지), Bordeaux Supérieur(보르도 쉬페리외르 - 걍 보르도 와인보다 보통 더 오래된 포도밭에서 만들었고, 최소 12달 숙성을 거쳤다는 일종의 등급표시), 10유로 이하라면 Saint Emilion(쌩떼밀리옹 - 산지).
사진 찍던 하얀 테이블이 사라져서 잡동사니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고로 ㅜㅜ 올릴까 말까 고민했지만 오랜만에 맛있게 마신 와인이므로 포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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