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a Cafaggio(양조장) Chianti Classico(술 이름) Riserva(≒숙성) 2009(수확년도)
매일 밤 늦게 집에 돌아오면 부엌 식탁 위에 엄마아빠가 마시던 와인이 있을 확률이... 50%는 되는 것 같다(술꾼은 그냥 만들어지지 않움). 보통은 1-2만원 정도의 고만고만한 와인인데 이 날은 멀리 보이는 포도주 병과 라벨이 예뻐서 방에 들어가기도 전에 홀리듯 식탁에 와 앉았다. 병목에 둘린 스티커나 라벨이 적당히 옛스럽고 깔끔했다. 무심한듯 이쁨... 웬 와인인지, 나중에 들은 사연인즉: 엄마가 저녁상에서 꿍얼꿍얼 하소연을 시작했더니 아빠가 꺼내온 와인이라고. 올ㅋ.
일단 중요한 맛부터. 첫입부터 맛있었다! 맛있어서 얼른 카메라 꺼내 사진 찍었다ㅋㅋㅋㅋ. 개봉 직후의 향을 못 맡은게 아쉽긴 한데, 오크통과 산미/탄닌이 떠오르는 인상을 바탕으로 검은 과일 향(블랙커런트????)이 점잖게 아른거렸다. 부담스럽게 드라이하거나 떫지 않으면서 은은한 단맛이 딱 내 취향만큼이었고 보통 정도로 입 안에 차오르는 무게감도 좋았다. 자주 먹는 풋풋한 저가 와인에 비해 확실히 '잘 익었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잘익은 / 두툼한 / 오크향 / 부드러운 탄닌 / 블랙커런트 순으로 요약할 수 있을듯.
끄트머리의 붉은 색이 보이시나요...?
암튼간에 생소한 이름 빌라 카파지오. 이탈리아 투스카니 지방의 와인이었다. 괜찮은 양조장으로 꽤 유명세가 있는 듯하다. 그중 요 끼안티 클래시코는 약간 아랫급의 라인으로, 100% 산지오베제Sangiovese 포도 품종으로만 만든 술이라고 한다. 색은 어두운 편이지만 최근 마신 시꺼먼 시라Syrah에 비하면 예쁜 루비색이 돌았다. 라벨엔 Riserva 2009라고 쓰여있는데 뒷면 수입 정보 스티커엔 병입 2012라고 되어있기에 좀 찾아보니 이 라인은 프렌치 오크통에 18개월, 그 후 슬로베니아 전통 오크통에 3-4개월 숙성한다고했다. 그 후 병입하고도 최선의 상태를 보장하기위해 판매 전 6개월가량을 지켜본다고! 미국에선 재고로 쌓아둘 때의 기회비용이나 저장비용을 고려하면 감사한 가격인 25불 가량에 구할 수 있는 것 같다. 나는 한 4만원 정도까지 지불 의사가 있는데 슬프게도 우리나라에선 정가 7만원선에 들어온 것 같다. ㅜㅜ.
ㅡ덧: 와인 이름에 Reserve / Riserva / Reserva 등이 들어가 있을 경우: 전통적으로는 '숙성이 이루어진', 고로 '조금 더 맛있는'을 의미하지만 요즈음은 그렇지도 않다. 예전에는 포도 수확 후 품질이 유독 좋은 해에 생산자들이 일정량을 조금 빼두었다가(reserve) 따로 와인을 만들고, 추가 숙성까지 해서 특별한 상품으로 팔았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술 라벨에서 위의 단어를 보면 알게모르게 '고급' 혹은 '숙성'이 떠오르는 건데, 어원대로 좋은 포도를 골라 숙성했을 거라고 확실히 믿을 수 있는 곳은 이제 이탈리아/스페인 정도라고 한다. 위 나라에선 정해진 숙성 기준을 지켜야 Reserve를 붙일 수 있다는 규제가 있지만, 다른 나라에선 대부분(특히 신 와인 산지인 칠레/미국/호주 등) 생산자 마음대로 잘 팔리라고 갖다 붙이는 경우도 많다고.
'🥂 술 > 와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와인 - 폴 클레망 브뤼Pol Clément Brut (2) | 2017.03.19 |
---|---|
와인 - 샤또 라 뚜르 까르넷 2012 (2) | 2017.01.09 |
와인 - 생 조셉 르 그랑 뽕뻬 2013 (6) | 2016.09.28 |
와인 - 샤또뇌프 뒤 파프, 오지에, 렌 잔느 2013 (14) | 2016.09.01 |
와인 - 샤또 드 로슈 까브 보르도 2014 (12) | 2016.05.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