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텐더 두분 취향대로 캄파리 비율을 달리한 네그로니 두 잔. @마이너스
얼음 들어간 칵테일은 항상 괜~히 안 내켜서 네그로니도 내 취향 아니라고 생각해왔는데, 취향도 바뀌는 건지 아니면 그냥 마시다보니 정이 든 건지, 자주 생각나는 칵테일이 됐다. 아무래도 독한 술이 아니라 그냥 느낌적인 느낌으론 첫 잔으로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네그로니를 보면 항상 뭉근하다는 말이 떠오른다. 차갑거나 뜨겁거나, 독하거나 강렬하지 않고 음, 그냥 잔잔히 일렁이는 불꽃의 이미지. 거의 모든 칵테일이 그렇겠지만 네그로니는 술잔을 앞에두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름기?같은게 둥둥 떠다니는게 보인다... 이쁘다.
아무튼. 네그로니는 진, 캄파리, 스윗 버무스로 만드는 칵테일이다. 오렌지/자몽 등의 껍질 즙이 더해진 선선한 풀향에 달달한 인상이 있으면서 쌉싸름한 끝맛이 나서 오묘하다. 국제 바텐더 협회(IBA)의 기준은 세가지 술을 1:1:1로 섞는 것이라는데 내 입맛엔 이렇게 만들면 너무 달고 묽다. 그렇다고 캄파리를 많이 넣으면 머리만 아프고, 쓴맛은 오렌지 껍질 즙으로 내는 게 좋았다. 그리고 진의 비율을 확 높인 잔이 좋다. 그래야 (나같이 감각이 평범한 사람에게도) 진의 특성이 느껴지고, 얼음이 녹으면서 변하는 맛을 맘편히 즐길 수도 있고.
헨드릭스를 2온스♡ 쓴 네그로니(맛있다!!!!!!)와 몽키47 네그로니. @바코드
그래서 어떤 비율로 만드는 지, 어떤 진을 쓰는 지에 따라 바마다 잔마다 맛이 제각각이다. 원래 모험과 자극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네그로니만큼은 흔히 쓰이는 비피터, 고든스가 나쁘지 않은 것 같다. 가끔 덜 흔하고 특색있는 진으로 만든 네그로니가 반갑고 재밌기도 한데, 향이 강한 진으로 마시기 편한 균형을 잡기는 생각보다 어려운 일인 것 같았다. 내 생각에 네그로니는 마시기 쉬운 게 포인트라 만드는 과정에서 얼음이 어느정도 희석되는 것까지도 잘 어울리는 술인데 신박한 진을 썼다가 쓰거나 달거나 찐득하거나 뭔가 하나가 툭 튀는 네그로니도 종종 봄...
아, 사람들은 여름용 칵테일이라는데 나는 차가운 바람 불기 시작하니 청개구리같이 네그로니가 계속 생각난다. 결론은 으 맛있는 칵테일 마시러 가고 싶다!
코블러의 화이트 네그로니. 이것도 내 취향은 아니었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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