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몸값을 자랑하는 Glenmorangie Signet
음... 어... 예전에 패트론 XO Cafe↖를 나눠주셨던 분이 한 잔 킵해두고 가셨다기에 감사히 마신 술. 어찌 된 영문인지 얼떨떨하지만... 일단 영화같은 일이 생긴 것에 신나는 마음만 갖기로 했다ㅎㅎㅎ 비싸서 맛볼 생각도 안 해봤던 술인데 이렇게 공짜로 마실 기회가 생기니 신이 나긴 났다ㅎㅎㅎㅎㅎㅎ 술을 따르며 바텐더님이 해주신 설명은: 보통의 위스키는 피트를 태워서 맥아를 건조시키는데 글렌모렌지에 사용된 맥아는 커피처럼 로스팅 과정을 거치는 것이 특징이라고 했다. 이렇게 볶은 맥아는 달달한 초콜렛 향이 나서 '초콜렛 몰트'라고 한다고. 스타우트의 커피/초콜렛 향도 볶은 맥아에서 온 걸 생각하니 이해가 잘 갔다.
한 입 마신 소감은 질감이 정말 부드럽다는 것. Creamy, silky 같은 단어가 딱 떠올랐다. 사람들의 시음 후기를 보면 보통 커피/초콜렛 같은 향을 많이 언급하는데, 나는 와인/포도/베르무트/셰리 같은 검붉은 베리류와 견과류의 고소한 향이 더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처음엔 부드럽게 산뜻달달하다가 뒤에선 스파이시한 맛도 올라온다. 퀸타 루반에서 맛봤던 나무 끝맛이랑 비슷한 느낌인데, 맛에 기승전결이 있다면 시그넷에 더 잘 조화롭게 어울리는 느낌이다. 퀸타루반에서는 좀 뜬금없이 훅 올라왔음. 한 잔 다 마시고 나니 왠지 피칸 파이가 떠올랐다.
가격만 아니면 한 잔 시켜두고 천천히 음미해가며 마시는 재미가 있을 위스키. 가격을 고려하지 않으면 맛있었고, 만족스러웠는데 이게 두세배 비싼 값어치를 하는지는 모르겠다. 가격은 면세점 기준 18만원 정도, 바에선 잔당 약 2-4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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