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벨지안이야!!!!!!라고 외치는 것마냥 순식간에 흘러넘치는 거품
오래전부터 늘상 마셔온 술은 맛을 말하기가 유독 어렵다. 뭐랄까, 거의 뇌에 기본값내지는 영점처럼 입력되어서 뭐라 해야할지 모르겠는 술이: 입국 막걸리에선 장수, 미국식 부가물 라거에선 칭따오, 희석식 소주에선 참이슬/처음처럼이라면 벨지안 스트롱 에일에선 딱 듀벨이다. 무서울 정도로 올라오는 쫀쫀한 거품, 싱그럽고 달콤한 인상의 향, 홉과 몰트가 사이좋게 어깨 동무하는 것 같은 맛에 부드러운 질감, 도도한 도수. 어떤 과일이나 허브 등등의 이름을 집어내지는 못하겠는데, 내가 생각하기에 벨지안 에일이 갖는 특성을 무난히 둥글게 모두 보여주는 맛이다. 추상적 복합미랄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막... 엄청 맛있진 않은데...?'하며 마셨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빈 병이 벌써 이렇게. ㅋㅋㅋㅋ.
음미하며 마실 구석까진 없고, 딱히 음식에 잘 어울린다고 말하기도 어려운데 막상 앞에 있으면 밥상에서도 맨입에도 꼴깍꼴깍 잘 넘어가서 트집잡을 수가 없는 신기한 술. 330ml에 도수는 8.5%. 정가는 6-7천원정도이고 대형 마트에서 할인을 하면 5천원까지 내려가는듯. 먼 옛날 귀하게 마셨던 추억의 보정효과를 빼고, 온갖 맛있는 맥주가 넘치는 요즈음 상황에 놓고봐도 괜찮은 술이다. 벨지안 에일 입문용으로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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