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teau de la Tuileries(양조장) Syrah/Grenache(포도품종) 2014(수확년도)
아빠(와인 드링커, 프랑스 8년 거주)의 와인 고르는 법은 좀 특이하다. 다른 사람들처럼 품종이나 빈티지, 양조장, 점수 이런 걸 보는 게 아니라 엄격한 가격 기준 안에서(무조건 3만원 이하) 라벨에 써있는 단어를 본다. 이 단어는 보통 술과는 관계없이 '내가 가본/들어본/가고싶은 동네인가'가 기준ㅎ. 이것도 그렇게, 남불의 오래된 도시명인 Nîmes가 아부지의 눈에 띄어 우리집 식탁에 도착한 술이다.
거의 무작위로 집어온 술이다보니 단맛 없는 와인을 좋아하는 가족들의 취향과는 달리 이거, 꽤 달콤한 맛이었다. 잔을 들면 향은 오크통/치즈 풍의 와인향으로 묵직한데 막상 혀에선 오래 묵은 과실청의 달콤한 맛이 오래 남았다. 조금 더 자세히 맛을 보니 설탕 안 넣고, 그냥 집에서 짜낸 포도즙같은 맛이 옅게 바탕을 이루고, 그 뒤로 묵은 포도청같은 달큰한 맛이 올라온다. 뒷면 라벨엔 제비꽃이랑 감초향이 남는다고 써있었는데, 오 정말 얼핏 에비에이션같은 느낌이 있었다. 뭐가 막 꽉 들어찬 풍부한 맛은 아닌데 향긋한, 깊이가 있는 단맛이 매력적이었다. 질감도 맛과 잘 어울리게 기름지고('오일리') 무거운 편.
'검은 과일류와 덤불의 향, 그리고 관능적인 붉은 과일맛과 감초, 제비꽃맛으로 당신을 사로잡을 것'이라고 합니다...
안주 탓인지 술이 산화하면서 내는 맛인지는 모르겠으나 기름이 좔좔 흐르는 족발에 곁들이니 비린 쇠맛같은게 살짝 올라오기도 했다. 강한 동물 느낌 안주랑은 안 어울리는 듯. 그래도 안주만 잘 맞추면 즐겁게 비울 수 있는 만만한 술인 것 같다. 특히 살짝 달달한 술을 좋아하는 입맛엔 잘 맞을듯. 와인을 '맛있다' '괜찮네' '이건 아니다'로 구분하는 아빠의 기준엔 '뭐 음 괜찮네' 정도에 해당했던 고로 특가 세일을 한다거나 하면 또 집에서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구매가는 신세계 와인 행사 코너에서 1만원 후반-2만원 초반으로 추정. 흠,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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