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elisse espresso stout (330ml, 9.5% ABV, IBU 71)
평일 퇴근 후 집에서 조용히 한 잔 하고싶을 땐 주로 맥주를 마신다. 딱히 취하고 싶은 것도 아닌데 한 잔 따라 콩알만큼씩 홀짝이는 위스키는 아무래도 좀 느낌이 아니고, 와인은 한 병 따면 혼자 비울 수가 없고, 사케나 전통주는 안주없이 마시기가 좀 거시기하고... 집에서 칵테일 만들기는 귀찮고(내가 만들면 맛도 없음). 그럴 땐 맥주가 답이다. 소파, 바닥에 퍼져앉아 편히 꼴깍꼴깍 들이키는 맥주엔 분명 고유한 매력이 있다. 그리고 맥주 중에서도 왠지 과자라도 한 봉지 뜯어야될 것 같은 심심한 라거보다는 한 잔만으로도 충분한, 풍성한 맛이 들어있는 것들이 좋다. 임페리얼 스타우트는 그런 면에서 내게 딱이다. 고소/달콤한 커피풍 향에 도톰하니 질감/무게감도 있는 편이고, 한 병 마시고 나면 아쉽지 않을 만큼 도수도 꽤 높다.
그런데 도수가 높아서 알콜기운을 감추는게 어려운 건지... 아니면 순전히 컨디션에 따라 알콜감을 버겁게 느끼는 정도가 다른 건지... 도수는 10도, 가격은 만원 언저리, 주된 향은 커피/허브류에 몰려있는 고만고만한? 임페리얼 스타우트 중에서도 마시기 힘든 것들이 있고 아 달달하니 좋다, 싶은게 있다(예: 바리스타 초콜렛 쿼드/빅토리 앳 씨/드래곤스 밀크). 요 에밀레제는 커피 추출물을 썼다는데도 굳이 따지자면 으 쓰다, 간장향이 버겁다, 싶은 쪽이었다.
RA 점수가 아주 높은 편은걸 보고 역시 술은 기호식품이구나... 싶었움.
일단 따라서 한 번 킁킁대고 첫 입 딱 마셨을 때의 소감은 코로는 간장+커피향, 입에선 허브+감초맛이란 느낌. 자세히 뜯어보며 여러모금 마시다보면 달콤한 카라멜과 탄내가 느껴지는데, 이 달콤한 기운을 강려크한 쓴맛이 코팅하고 있는 것 같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달콤한 맛과 씁쓸한 맛이 묘하게 얽혀서 같이 간다. 근데 (피곤한 탓인지) 쓴맛이 우세했다. 입에 까끌하게 씁쓸함이 오래 남는다. 탄산은 아주 자잘하고 무게감은 평균적인 임스 수준. 질감은 꽤나 미끈하다. 베이지색 거품은 좀 오래 떠있는듯 하더니 몇모금 마시는 새에 사라졌다. 맥주는 불투명한 갈색/검은색이었고, 구입가는 경복궁 보리마루에서 약 1.1만원.
술 이름에 '에스프레소'가 들어간 것 치고는 내겐 커피의 달콤한 향이 크게 드러나지 않는 맥주였다. 그런데 RA 평을 읽으면 모카, 바닐라, 헤이즐넛, 프랄린... 달콤한 것들이 엄청 많이 언급된다. 독한 임스에 피로감을 느끼는 권태기가 잠시 온 건가... 아무튼 씁쓸한 맛이 좀 버거워서, 남은 반 잔은 달콤한 버번(리뎀션 하이라이)을 또로록 섞어 마셨다. 아무래도 탄산감은 줄고 온도도 미지근해지긴 하지만 기분좋게 달달해서 만족스러웠다. 흠, 유독 쓰게 느낀 터라 재구매 의사는 없으나 맛없는 임스에는 버번을 섞으면 좋다는 교훈?을 얻었으니 기분은 좋았다. ㅎㅎ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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