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이 자르르하지만 겉은 파삭, 속은 촉촉한 기본 빈대떡(5천원!)
남자친구가 요새 인기인 망원동에 살아서, 오며가며 맛본 근방의 음식점/술집이 꽤 된다. 그리고 정확히 어느 길을 가리키는 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인터넷에 자주 언급되는 '망리단길'에는 멋쟁이들이 줄서있는 힙한 음식점, 술집이 참 많다. 그중 예쁜 사진을 찍어 올리기 좋아보이는 실내 분위기를 갖춘 곳은 많아도, 장인 정신이나 메뉴에 대한 고민(=맛),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곳은 드물어 딱히 정 붙일 곳은 없었는데 여기 시장 골목의 낡은 빈대떡집은 들어와 앉으니 마음이 푸근했다. 아무리 둘러봐도 멋이라든가 세련된 구석은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지만, 갓 스무살 되어보이는 젊은이들부터 동네 할아버지들까지 손님들의 나이대가 다양하고, 시장판 음식이라고 식기나 음식이 지저분하지 않은데다 일하시는 분들도 친절하다. 말투만 사근사근한 형식적 친절이 아니고, 무표정에 가깝지만 손님이 조금만 두리번 거려도 '왜 뭐 드릴까~?'하며 필요한 걸 챙겨주는 식. 어차피 완성도 높은 음식을 먹을 것이 아니라면, 활기찬 분위기와 친절한 사람들 속에서 저렴한 음식을 먹는 편이 훨씬 낫다는 게 내 생각이다.
얼음에 꽤 녹은 상태인데도 질감과 (누룽지 사탕같은)단맛이 꽤 두터웠던 백곡 막걸리(6% ABV)
복작복작한 가게 안, 깻잎을 넣어 매콤하게 볶은 닭똥집, 기본/고기 빈대떡을 곁들여 막걸리를 마시다보니 적당히 취기가 올라 술술 대화에 집중하기 좋은 분위기가 됐다. 홀로 귀한 술의 복잡다단한 맛을 음미하는 것도 좋지만... 역시 술은 마주 앉은 사람에게 온전히 집중해 속내를 터놓을 수 있도록 마음과 분위기를 돋우어 줄 때 제일 좋은 법ㅎㅎㅎ. 막걸리가 딱 세 종인건 아쉽지만 가격 부담없이, 자리 옮길 걱정 없이 술과 안주를 주문할 수 있는 점이 다 만회한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곳에 왠~지 끌린 사람은 나만이 아닌지, 오래전부터 각종 매체에 보도된 전력이 화려한듯 했다. 이런 술집이 딱 여기만 있는 건 아니니 먼 동네서 굳이 찾아올 건 없지만 이 근방에 볼일이 있다면, 특히 지갑 사정이 어렵다면 편히 들러봄직한 곳.
주소: 마포구 월드컵로 13길 55, 전화번호: 02-334-2577
가격: 빈대떡 5-8천원, 각종 안주류 0.8-1.2만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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