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omore 2010 Edition 07.3 - 5 Year Old Islay Barley (700ml, 63% ABV)
아일라 위스키의 끝판왕격인 옥토모어. 맥주에서 홉의 함량으로 쓴맛을 가늠하듯(IBU), 위스키는 페놀phenol의 수치로 짭짤한 연기/피트향을 나타낸다. 일명 '소독약 냄새'라고도 하는 피트향 탓에 호불호가 갈리는 라프로익/아드벡의 페놀 함량이 (증류전 맥아를 기준으로) 40-50ppm 선인데, 요 수치가 옥토모어 07.3은 무려 169ppm에 달한다. 이 맥아를 이용해 술을 만들고(증류), 숙성하는 과정에서 페놀 수치는 계속 떨어진다지만 옥토모어의 피트감만큼은 그 어떤 아일라 위스키에도 비할 수가 없다는 평을 많이 들어서, 예전부터 '피트충'으로서 꼭 마셔보고싶은 위스키였다. 하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아 도전하기가 쉽질 않다가... 올해 술김에 충동적으로 주문한 두 잔의 경험을 모아 짧게 후기를 남긴다. ㅎㅎㅎㅎㅎㅎㅎㅎ. ㅠㅠㅠㅠㅠ....
넉넉히 따라주셔서 감사합니다... > <
음, 일단 당연허게도 피트향이 굉장히 강하다. 피트향이 넘 강해서 마치 탄산처럼 혀와 입천장을 톡토도토독하고 쪼는 것처럼 느껴졌다. 근데 향과 맛에서 모두 달달한 과일향(자세히는 모르겠음)이 풍겨서 그 자극이 전혀 힘들지 않고 즐거웠다! 삼키고 나서도 입에 남는 잔향, 존재감이 엄청나다. 그 후끈함과 달달함을 천천히 음미하다 다시 또 한모금 들면, 입술에 닿는 술에서 뜨아아아아따다하고 짜릿짜릿할 정도로 소금기와 타임thyme이 떠오르는 강한 피트향이 느껴진다. 곁들인 음식 탓인지 나중엔 혀가 아리다는 인상도 있었는데, 천천히 마시니 동시에 달큰한 풍미도 점점 짙어졌다. 버번/스페인 와인 캐스크에서 5년간 숙성했다는데, 달달한 인상이 튀지 않으면서 확연히 중심을 잡고있었다. 이렇게 많은 양의 피트를 쓰고선, 마냥 무섭지 않게 부드러운 질감/달달한 과일향을 빚어냈다는게 놀라울 따름이다.
비싼게 유일한 흠이지만 지갑에 여유 좀 있을 땐 한 잔씩 사마셔볼 가치가 있다는 생각. 아무래도 다른 술에선 느낄 수 없는 자극과 맛, 균형감이다. 병당 가격은 남대문 기준 30만원을 넘어가는 것 같고... 코블러/RS에서는 잔당 3만원 초반(불확실;). 어차피 맛이 강해서 한 잔 이상 마시기도 어려운 술이라, 한 병 사두면 두고두고 잘 마실 것 같다. 나중에 독립하면 술장 가운데 한 병 모셔놓고 힘들고 지치는 날에만 이쁘게 한 잔씩 홀짝이고 싶은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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