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깔이 꽤나 옅은 Caol Ila 12yo (700ml, 43% ABV)
라프로익, 아드벡과 같이 짭짤한 연기내가 폴폴 풍기는 위스키들은(어쩜 병부터 어두컴컴한 초록색인지,) 마시기 전에 잔만 들었을 뿐인데도 첫인상이 엄청나다. 주위를 보면 사람마다 호불호가 뚜렷이 갈리지만, 모두가 각자의 첫 경험을 기억하는 점만은 같을 정도. 다행히 나는 처음부터 흥미를 느낀 편이라, 라프로익으로 즐거운 충격을 받고 그뒤로 열심히 보모어, 라가불린, 브룩라디, 킬호만, 옥토모어 등을 찾아 마셨다. 아일라Islay 섬에서 만드는 위스키들은 각각 맛과 향에 차이가 있으면서도 하나같이 짭짤 매캐한 향('피트')을 공유한다고 생각했는데 흠, 쿨일라는 개중 가장 얌전할 뿐 아니라 짠내가 확연히 덜하다.
일단 축축한 소금기 없이 마른 나무를 태운 듯한 향이 제일 많은 덕에 훈제 베이컨/치즈보다는 캠프파이어/벽난로가 떠올랐다. 그 가운데에는 달콤한 기운이 살짝 서려있다. 하얀 봄 꽃 같기도 하고 배pear 같기도 하고... 입 안에서 술을 굴리며 집중해봤지만 알듯말듯했다. 맛은 가볍게 혀를 쬐는 감각위로 나무 태운향이 덮히는 정도... 아닌게 아니라, 다른 아일라 위스키에 비해 맛이 옅고 단순한 편이다. 따지자면 거칠지 않고 라가불린처럼 예쁘단 느낌인데 옆에서 같이 따라 마시며 비교해보니 라가불린이 훨씬 풍성하고 화려했다. 흠, 쿨일라는 좋게 말하면 '깨끗하다'고 할 수 있을듯. 여운도 어떤 향이라기보다는 뜨듯한 속, 따끔한 혀, 그리고 내 날숨에서 느껴지는 육포향 정도에 그쳤다ㅎㅎㅎ.
@연남동 31B
뭐라고 읽어야 하나 알파벳의 조합부터 참 생소한 Caol Ila. 뜻은 아일라의 바다 소리(Sound of Islay)라고 하는데, 게일어인탓에 영미권 사람들도 헷갈리는지 포럼에는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 대한 말들이 참 많았다. 뭐 세계 어디서든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멋쩍게 웃으면 되는 일이니 발음이 뭐 그렇게 중요한가 싶지만서도 궁금해져 좀 읽어보니, 쿨 일라(Cool-eela), 쿨 아일라(Cool-eye-la) 정도로 의견이 모인 것 같았다. 국내에선 '카리라'라는 표기가 종종 보이는데, 이건 만화 바텐더에서 일본 특유의 이상한 발음을 옮겨오면서 굳어진 오류라고.
뭐랄까, 쿨일라는 완전 기본 남녀공용 면 반팔티 같은 느낌이다. 기본템이고, 워낙 무난하니 싫어할 사람은 없는 것 같은데 또 넘 무난해서 다른 것들에 묻히기도 쉽고, 이래저래 큰 돈 쓰긴 아깝고, 근데 가다 한 번씩 꼭 손이 가는... ㅎㅎㅎㅎ. 그런 탓인지 싱글몰트로 일반 소비자에게 바로 팔리는 양은 아주 적고, 생산량의 95% 가량이 블렌디드 위스키를 만드는 곳으로 팔려간다고 한다. 가격은 일본기준 6천엔 전후인듯하니 국내에선... 두배...쯤 하지 않을까 예상(제보 받습니다!). 홍대/연남 일대의 바에서는 잔당 1만원 중반에 사마신 기억이 있다. 아무튼, 돈 생각을 안 한다면 마셔보는 경험 자체는 추천할만한 위스키.
- Independent Bottling : 증류소에서 원액을 구입해다가 (개별적으로 숙성/)병입해 출시하는 방식. 해당 증류소의 Official Bottle의 특성이 있으면서 새로운 맛/향을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아직 경험이 별로 없어서... 잘 모르겠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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