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서 맥주 쇼핑중이었는데, 맥주답지 않게 추상적?이고 이쁜 라벨에 눈이 갔다. 게다가 PUNK, POST MODERN CLASSIC이라니, 도대체 무슨 뜻인지 모르겠는 난해한 이름에 나도 모르게 좀 웃었다. 브루덕의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는데다, 어떤 맛이기에 펑크 IPA, 포스트 모던 클래식이란 말을 붙였나 궁금해서 사온 맥주.
일단, 살짝 구름낀 금빛이고(밀이 들어갔나?) 거품은 빨리 사그라든다. 평소엔 똑바로 앉아 잔뜩 집중하며 마시지만 이날은 넘 덥고 힘들어서 비스듬히 걸터앉아 벌컥벌컥 마셨다. 그랬는데도 확실히 느껴지는 입안의 자몽과 리치향. 다른 IPA에선 보통 꼬집어 말하기 어려운 '열대과일'향이 난다고 생각했는데, 여기선 리치와 자몽이 톡 튀어올랐다. 홉의 특성은 풀향과 쓴맛 모두 강하지 않았다. 오히려 꽤나 malty하다는 느낌. 끝맛엔 아주 적절한 정도의 씁쓸함이 있었다. 그 쓴맛에 카라멜 가루가 흩뿌려진 것 같아 아주 처음부터 끝까지 매력적이었던 맥주.
다 마시고나니 well-balanced란 표현은 이럴때 쓰는 거구나, 하고 느꼈다. 탄산은 좀 약한 편이고, 전반적인 인상도 산뜻해서 아주아주 마시기 편하다. 도수는 5.6%로 IPA치고는 살짝 낮은 편이고, 구매가는 약 9천원. 넘 맘에 들어서 '아무리 비싸도 사마실 맥주 목록'을 오랜만에 업데이트했다.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지만 포스트 모던 클래식으로 인정한다ㅋㅋㅋㅋㅋ.
(원료의 Chinook, Ahtanum, Amarillo, Cascade, Simcoe는 찾아봐도 뭔지 모르겠다. 혹시 아시는 분 제보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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