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보다술집

@판교 엔젤스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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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은 넘 구리지만... 달지 않고 도수가 높아 종종 생각나는 칵테일. 특별한 추억이 있거나 상상력을 자극하는 맛은 아닌데 잠깐 스치는 오렌지 향과 그저 깔끔/씁쓸한 술맛이 매력적이라 꼭 한번씩 찾아 마시게 된다. 솔/허브향이 날카로운 진gin에 빨갛고 달콤한 버무스(와인 리큐르) 조금, 어마무시하게 씁쓸한 페르넷Fernet Branca 초큼 : 요렇게 세 가지만 섞어 만들기 때문에 맛을 보면 대략의 비율, 각각의 존재감이 보일만큼 단순한 편. 


 그런데 배합에 딱히 '정석'이 없는 건지, 아니면 그날 그날의 내 컨디션에 따라 느낌이 다른 건지 가는 곳마다 이 단순한 칵테일도 맛이 꽤 달랐다. 어디선 부담스러울만큼 쓰고, 어디선 향긋 달콤하고, 어디선 박하향 풍기는 마티니 마냥 도도하고... 정확한 함량까지 묻고 다니진 않아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IBA 레시피[각주:1]를 보고 가늠해보자면 기준보다 진은 많이, 버무스는 조금, 퍼넷은 적당히(???) 넣는 정도가 좋았다. 버무스는 진의 버거운 알콜감을 가릴 정도로만, 그리고 퍼넷은 버무스의 단맛을 누르면서 멘톨같은 인상을 남길 정도로만.



@홍대 팩토리



 달콤하게 마시기 마냥 쉬워지면 매력이 없고, 또 너무 씁쓸하면 부담스러워서 은근 까다로운 칵테일. 어떤 맛으로 나올지 몰라 항상 뽑기하는 기분이면서도 '너무 달지도 쓰지도 않게, 깔끔하게요!'라는 덧없는 말을 보태가며 주문하게 되는 칵테일. 이름도 웃기고 딱히 예쁘지도 않고 얽힌 추억도 없는데 꾸준히 마시게 되는 것 보면 그냥 야무진 그 맛이 내 취향에 잘 맞는 것 같다. 워낙 오래되고 유명한 칵테일이라 추천/소개란 말은 어울리지 않지만 달지 않은 술, 센 술을 좋아하는 술꾼에겐 한번씩 권해보고 싶다.

  1. 1.5 oz Gin/1.5 oz Sweet Vermouth/2 dashes of Fernet-Branca (+Orange Twist)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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