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먹어본 중국 술 중 그나마 만만한 가격이라 시켜본 술. 연태/노주노교와 같은 농향형(濃: 짙을 농 香: 향기 향) 백주인데 오, 맛이 꽤 달랐다. 앞의 두 술이 엇비슷한 파인애플풍 달달한 향으로 도톰, 부드럽게 넘어간다면 경주는 입 안에서 맛의 기승전결이 더 확연히 나뉜다. 특히 끝으로 갈수록 마치... 그라빠/오드비 같이 저렴한 포도 증류주가 떠오르는 맛이 났다. 술을 삼키고 나서의 잔향도 오래 남는다. 이제껏 마셔본 백주에 비해 향이 한결 풍부했던 술. 마시는 내내, 낯선 맛의 구간을 느끼는 재미가 있었다.
용량은 500ml, 도수는 38도.
집에와서 검색해보니 중국어 사전에도 등록되어있고, 속담에도 한시에도 명주로 언급되는 오량액(우량예). 원래는 여러 곡식으로 만들어 '잡량주'라고 불리다가, 500년전쯤 옥수수, 쌀, 수수, 찹쌀, 메밀로 재료를 고정하면서 이름도 고급스레 '오량액'으로 거듭났다고 한다. 그뒤로 현재까지 중국 8대 명주로도 꼽히고, 국빈만찬주로도 쓰이고 승승장구해온 우량예그룹. 그 덕에 고급 라인은 쉽게 맛볼 수 없을만큼 가격도 높고(우량예1618 52도 500ml 30만원) 가품도 많다. 그런 와중에 이 경주는 우량예그룹에서 우량예와 같은 원료로, 같은 발효 구덩이에서 만든 술이라고 해서 출시하자마자 인기가 높았다고. 제조원이 우량예이고, 사업/유통은 다른 사업체(북경 당업연주공사)에서 맡고 있어 우량예 이름을 써도 되는지 논란도 있는 모양인데 맛만 있고 가격도 싸고 제조도 유서깊은 곳이고 내 눈에는 아무 문제 없어보임.
아무튼 중요한 가격은 국내 마트기준 1만원 후반대. 나는 주점에서 3.5만원에 사마셨다. 백주는 다 엇비슷한 줄로만 알았는데 다 각양각색 매력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이 날 가게에서 얻어마신 조금 더 비싼 양하청자에선 심지어 엄청 세게 우린 우엉차같은 맛이 났다). 보람찬 하루였다. 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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