瀘州老窖 二曲 (500ml, 38% ABV)
마셔본 중국 백주라고는 연태/공부가주/수정방이 전부이지만 '노주노교' 정도는 낯설지 않을 정도로, 오며가며 이름을 많이 들어봤다. 장향, 농향, 청향... 등 예닐곱이 넘는 백주 향의 갈래 중 노주노교는 (위의 세 술과 같이) 짙고 달달한 '농향형'에 속한다고 한다. 아닌게 아니라 농향형 백주의 발원지에서 만든 술인데다 양조장이 1966년 국가 문화재로 지정되었다고. 위스키의 숙성년수처럼 노주노교에도 발효 및 저장기간이 다른 여러 급이 있는데, 비싼 순대로 대곡-특곡-두곡-이곡-삼곡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내가 맛본 건 아래서 두번째인, 보급형 이곡.
뚜껑을 또르륵 까자마자, 따르기도 전에 고량주 특유의 파인애플향이 진동한다. 진하고 달큰한 향이 술을 꿀꺽 삼키고 나서도 입과 코 안에 오래 머문다. 맛있다. 아주 첫 몇잔에는 혀를 쏘는 따가움도 있었지만 먹다보니 익숙해진 건지, 슬며시 사라졌다. 음, 굳이 집중을 하면 짭잘한 기운과 보드카 같은 알콜맛도 아주 살짝 있었는데, 뭐라 콕집어 표현하기가 어려웠다. 옆에 두고 마신 건 아니지만... 경험치가 적은 내 입엔 연태고량주랑 아주 비슷한 맛인 것 같았다.
맛과 별개로 하나 더 신기한 건, 도수가 꽤 높은 술인데 한 병을 비울 때까지 이상하게 취기가 안 오르는 것 같았다는 점. 한 병을 둘이서 나눠 마시고 나왔는데 정신도 말똥말똥하고 얼굴도 뜨겁지 않아서 거참 신기했다. 물론 그 덕에 2차에서 달리다 정신을 잃긴 했지만. ㅠㅠ. 아무튼 주점에선 500ml 기준으로 약 2.5만원, 마트에서는 8천원 가량이면 살 수 있는 가성비 좋은 술인듯하다. 다음에 친구가 이사하거나 할 때는 비싼 연태대신 이걸 두 병 사가야겠다. 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나는 기회를 봐서 조금 더 좋다는 특곡을 마셔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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