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둔. 분위기 좋은 바의 전경 :)
학부생까지 시끌벅적한 동아리 술자리를 일찍 빠져나와 조용히 한 잔 하고 싶어 들른 곳. 맥주 피처와 소주병, 앳된 얼굴들이 까불까불 큰 소리내는 '호프집'이 낯설고ㅡ 초행에 혼자인데도 멀끔한 바가 편안한 걸 느낄 때 아 내가 아줌마구나, 나이 들었구나하고 깨닫는다. ㅎㅎㅎㅎ. ㅠㅠ. 아무튼 곤조 첫인상이 단정하고 차분해서 좋았다. 가게도 예쁘고, 바텐더님도 편하고, 두리번두리번 구경할 술병도 많고.
첨보는 조합의 롭로이.
첫 방문때 첫 잔으로 네그로니를 시켰는데, 단맛이 적고 담백해서 좋았다. 이제껏 마셔본 것중 가장 술꾼의 취향. 그 뒤로 나온 술은 갈수록 신박하게 내 취향에 꼭 맞았다. 처음 들어보는 Earthquake와 삼부카 김렛이 차례로 나왔는데, 샤르트뢰즈에서 아니스로 이어지는 순서까지도 평소 내가 그려뒀던 것과 같았다. 취기가 올라 맛에 둔한 상태란 걸 감안하더라도 이렇게까지 마음에 드는, 잘 짜인 코스같은 조합의 세 잔을 마신 건 처음이라 마음이 훈훈. 아, 첫 방문을 추억할 수 있는 사진이 없는 게 아쉬울 따름.
왼쪽: 이름모름ㅜㅜ (삼부카/진/드라이버무스) 오른쪽: 프란시스 알버트
그 후로 세 번쯤 방문했는데 내 입맛에 맞춰주셔서 그런 건지 여기 칵테일, 전반적으로 단맛을 절제한다는 인상이다. 그리고 취향에 맞는 (진 베이스, 허브향 강한) 칵테일 중 신기한, 처음 보는 것들을 많이 소개받아서 좋았다. 제일 신기했던 건 오른쪽 사진의 프란시스 알버트(프랭크 시나트라). 라이 위스키와 진만 딱 셰이킹하는 칵테일. 솔직히 저거 저래서 맛이 괜찮을까 겁도 났는데 신기하게 이 조합이 안 튀고 잘 맞물렸다. 술기운이 바로 오르는 높은 도수는 덤ㅎㅎㅎㅎ. 잘 만든 칵테일을 홀짝이며 즐거운 기분으로 놀면서 술 호기심? 탐구심?까지 충족할 수 있었던 곳. 술 깨나 마시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주소: 마포구 독막로 15길 13, 전화번호: 02-333-4440
가격: 칵테일 1.5-1.8만원선 (위스키 잔술도 괜찮은 편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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