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드벡 10 (좌) / 아드벡 우가달UIGEADAIL (우)
며칠전 집에 가는길, 넘 피곤하고 지쳐 칵테일 간단히 한 잔 할까하고 들른 뿡갈로↖. 메모해가며 집중해서 마실 기력이 없어서 편하게 한 잔 하려던 건데 바에 앉아 눈 앞에 가득한 술병을 보니 막상 기분이 좋아져서... 또다시 시작한 위스키 어드벤쳐! 이 날도 주제는 아일레이(Islay) 쪽의 피트향으로 잡았다. 첫 잔은 못마셔본 ▶아드벡 10! 인터넷으로 후기를 접했을 땐 라프로익 만큼이나 강렬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무난했다. 훈제치즈같은 피트향은 딱 있었지만 소독약쪽의 요오드향?은 잘 모르겠었음. 버번 캐스크의 부드러운 달콤함도 약간 느껴졌다. 바디감은 가벼운 편이고, 전반적으로 봤을때... 약간 '옅다'는 인상을 받았다. 입에 남는 끝맛도 없는 편. 도수는 46도였는데, 가볍다는 느낌 때문인지 좀 더 약하게 느껴졌다. 사진은 한참 마시고 아차, 싶어 몇방울 안남았을 때 겨우 찍움...
▶아드벡 우가달은, 별도의 희석과정을 거치지 않고 오크 통에서 바로 병입한 캐스크 스트렝스(Cask Strength) 제품이다 ㅡ 도수는 그런 것 치고는 생각보다 안 높은 54도. 향을 맡는데 눈이 시린 알콜 기운이 올라왔지만ㅋㅋㅋㅋ 알콜향은 전혀 나지 않았다b 아드벡10보다는 질감이 더 쫀득했고, 스모키함은 오히려 덜했다. 대신 건포도? 건자두? 같은 셰리풍의 달달한 향이 더 두드러지는데... 확실히 좀 더 깊고 풍부한 맛이었다. 초심자인 내가 파악하는 건 빙산의 일각이라는게 느껴진달까?!?? 그리고 입에 남는 잔잔한 훈연향이 물을 마시는데도 꽤 오래갔다. 마음에 들었움.
Laphroaig Quarter Cask. 병/라벨은 진짜 약품같고, 이미지는 개구리 같다(???).
역시 일단 시작하니 멈출 수 없는 위스키 어드벤쳫ㅎㅎㅎㅎ Islay를 탐방하는 기분으로, ▶라프로익 쿼터 캐스크를 주문. 이름의 유래는 원래의 1/4 크기의 캐스크에서 숙성했기 때문이라고 하고, 이 경우 술이 오크통에 닿는 면적이 더 많아 향이 풍부하다고 한다. 첫 입의 소감은 확실히 아드벡보다 이 쪽이 피트향이 더 강하다는 것. 인터넷 여론은 아드벡쪽이 더 심하다는 것 같았는데, 내가 이상한가... 화사하거나 달달한 향이 없어서 피트함이 더 부각되는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약간의 기분좋은 쌉쌀함은 있었으나 라프로익 10에서 느꼈던 소독약의 존재감은 거의 없었음. 약간, 혀를 톡 쏘는 것 같은 느낌이 있었고 끝에 남는 뒷맛이 쓴 편이었다. 음... 재미있는 경험이었으나 다시 시키진 않을듯. ㅡ 도수는 48도.
이렇게 마시고나니 라프로익 10의 강렬한 피트/요오드가 땡겨서, ▶라프로익 10을 또 마셨는데... 사진은 분실ㅋ 처음엔 충격적이었던 그 소독약 향이 이제는 그리워지기 시작했다ㅎㅎㅎ 서서히 오르는 술기운 때문인지, 어느정도 익숙해져서인지 잘 모르겠지만 소독약 향이 그리 강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냥 이 향이 여기에 있구나, 그런 정도? 확실히 다른 위스키에 비해 단 맛에서 멀리 떨어져있는 느낌이지만, 끝 맛에 약간의 스파이시함과 아아아주 연한 달달함이 있는 것도 같았다. 질감은 왠지 더 매끈, 얄쌍한 느낌. 처음엔 되게 단순한 맛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날 두번째로 마셔보니 라프로익도 뭔가 여러겹의 복합적인 맛이 있구나...라고 생각이 바뀜. 확실히 캐릭터가 강하면서도 매력있음!
병이 신기하게 생긴 브룩라디Bruichladdich
바텐더님이 조금 맛보라고 내주신 ▶브룩라디(♪♩♬) 이것도 Islay 지방의 위스키인데, 피트 처리하지 않은 것(unpeated)이 특징이라고. 피트는 맥아를 건조시킬 때 연료로 사용하는 퇴적물? 같은 건데, 보통 (아일레이) 위스키에서 나는 훈연향은 바로 이 과정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암튼, 시음 후기는... 신기하다는 것. 향긋한 쪽은 아닌데, 브룩라디에서 나는 특유의 향을 꼬집어서 말할 수가 없었다;;; 진짜 미묘한 피트향(옅음)에 감귤류의 풍미도 있는 것 같고... 뭔가 맡아지긴 하는데 특징을 말로 표현할 수 없어서 답답한... 병 디자인만큼 묘했던 위스키. 맛이 마음에 들어서가 아니라 순수한 탐구욕 때문에 담번엔 맨정신으로 한 번 맛봐야겠다고 생각했다ㅋㅋㅋㅋ. 아, 도수는 50도.
위스키가 좋은 건, 천천히 마실 때 입술에서 올라오는 은은한 향! 일이 너무 꼬여서 하루종일 그걸 푸느라 정말정말 힘들었던 날인데 풍부한 향이 잔잔히 맴도니까 마음이 풍족해지는 것 같았다. 나중에는 숨 쉴때 콧김에서도 피트향이 나는 것 같아서 좀 웃겼지만ㅎㅎㅎ. 암튼 오늘의 마무리는 미국 작가인 Edward Abbey의 명언으로:
"A drink a day keeps the shrink away!"
ㅡ덧: Islay의 발음에 대해서는 영어 화자들 사이에서도 차이가 있다ㅋㅋㅋㅋㅋ 어떤 글에선 아일레이, 어떤 글에선 아일라라고 적혀있는 걸 보고 구글을 좀 찾아봤더니, 'ai-lah'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긴 했지만 'ai-lay'라고 한다는 사람도 꽤 있었다. 위키피디아 페이지에 등록된 발음은 아일라에 가깝지만, 한 다큐멘터리↖에서는 나레이터가 '아일레이'로 언급하고 있다... 인터뷰하는 사람 중에는 '에이라'라고 하는 사람이 많고... 그런고로, 어느 한 쪽이 틀린게 아닌걸로 정리하면 될 듯! 중요한 건 어떤 발음이든 뜻만 전달되면 되는거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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