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향 현미 생막걸리. 맛은 평범한데 라벨이 이뿌다.
낮술 할인으로 유명한? 월향이 광화문점을 냈단 소식을 이제야 듣고는, 서둘러 방문했다. 홍대점을 생각하고 갔는데 매장이... 굉장히 넓고 인테리어가 훨씬 우아했다. 광화문 한복판인데 조용한 안쪽 골목(조선일보 미술관 맞은편)에 있어 창밖으로도 고즈넉한 풍경이었다. 일단 마음에 들었던 건 매장이 우아하면서도 위화감이 없다는 것. 드레스업 해야 할 것만 같은 정도는 아니고 그냥 기분좋게 편안한 분위기였다. 그리고 바에 1인석이 많아 혼자서도 편히 한 잔 즐기기 적당해 보였다. 실제로 방문했을 때 혼자 막걸리 한 병 즐기고 계신 분이 있어서 괜히 반가웠음ㅎㅎㅎ. 화장실이 어둡지만 센스있게 면봉, 화장솜, 가그린이 구비되어 있었다.
호감전(왼): 합격!!!! / 오징어순대(오): 음... 보통.
메뉴는 술도 요리도 굉장히 가짓수가 많고 가격도 천차만별. 전반적으로 가격대가 높은 편이지만 그 중 저렴한 술과 안주도 골라 먹을 수 있다. 기본 찬으로 콩나물 파래무침, 김치, 콩자반이 나오는데 입이 심심할 때 한 입씩 떠먹기에 적당했고, 요리는 대체로 소small/대large로 나누어져 있어 혼자 먹거나, 배가 부를 때 시키기 좋아 보였다. 내가 맛본 건 (맛있었던 순서대로) 호감전, 묵은지 탕수육, 오징어 순대, 매생이 전. ▶호감전은 이름이 호박 감자전의 줄임말 같았으나 새우, 새우껍질의 고소한 맛이 제일 강했다. 겉은 파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식감에, 기름지지 않으면서 살짝 매콤해 입이 심심할 새가 없었다. 막걸리와도 잘 어울렸고, 그냥 먹어도 맛있었움. ▶묵은지 탕수육은 생각보다 묵은지의 짠 김치맛이 많이 나긴 했지만 꽤 괜찮았고, ▶오징어 순대도 식기 전에만 먹는다면 나쁘지 않았다. ▶매생이전은 그냥 별로. 쫀득하긴 했으나 원래 매생이 맛을 잘 몰라서...
일단 신 메뉴라는 ▶야채 막걸리가 마음에 쏙 들었다. 탁하지도 않으면서 도톰한 느낌의 '바디감'에, 단맛이 강하지 않고 아주 약간의 산미가 있었다. 야채 주스 맛이 날 것 같아서 걱정했는데 주관적 느낌으로는 깔끔한 생밤? 같았다. 탄산은 거의 없는듯 했고, 맛있게 익은 곡주의 향이 났다.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담백하고 깊은 맛. 병에 담긴 ▶월향 현미 생막걸리는 훨씬 평범한 맛이었다. 야채 막걸리에 비해 좀 더 가볍고, 탄산감이 있었고, 달았다. 익숙한 서울/장수 막걸리에 가까운 맛인데 덜 달다. ▶휴동 생막걸리는 super dry라는 설명에 기대했는데... 그냥 그랬다. 탄산과 신맛이 강했고, 청주의 맛... 그러니까 청주 특유의 소다 향과 쌀의 단맛이 살짝 났는데 전체적인 맛의 조합이 날카로운 편이었다. 현미 생막걸리는 평범해서, 휴동 생막걸리는 취향에 안 맞아서 다시 시키지 않을 듯.
실컷 마시고도 일어나기 아쉬워서 비싼 전통주를 한 잔씩만 시켜봤는데, 글렌캐런 잔에 담겨 나오는 걸 보니 전통주 콜렉션에 자부심이 있는 걸 알 수 있었다. ▶왕주는 여러 약재의 향과 산미가 있다는 점에서 백세주를 섬세하게 풀어낸, 고급스러운 버전? 같았고 ▶추성주는... 놀라웠다. 일단 위스키가 연상되는 묵직한 꽃+꿀+바닐라 향이 강하게 났다. 옅고 투명한 호박색에, 계피의 '스파이시'함과 카라멜이 조금씩 느껴지는 달달한 맛이었다. 거기에 40도라고는 믿기지 않는 부드러움. 이건 다음에 와서 꼭 한 병을 시켜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전통주 칵테일도 종류가 많았으나 이건 다음 기회에 맛보기로.
가격대가 좀 높은 것을 빼고는 다양한 술/정갈한 요리/쾌적한 매장 분위기/위치 모두 마음에 드는 집. 막걸리 50%, 전통주 20% 할인되는 낮술 행사도 마음에 든다. 혼자서도 종종 오게 될 듯!
주소: 중구 세종대로 21길 30, 전화번호: 02-723-9202
가격: 막걸리(750ml) 0.8~2.5만원, 전통주(≈400ml) 0.8~9만원, 안주 0.9~3만원. (전복, 홍어사합 등은 5만원 이상)
ㅡ 낮술 행사는 오후 네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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