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nzales Byass - Amontillado Seco - Viña AB (750ml, 16% ABV, Non Vintage)
브랜디(포도 증류주)를 넣어 도수를 높인 와인을 또 오크통에다 숙성하면 셰리가 되는데, 셰리도 숙성 방법에 따라 가장 기본적인 종류가 나뉜다. 효모 막flor 아래서 숙성하면 피노Fino, 효모 없이 공기 잘 통하는 오크통에서 숙성하면 올로로소Oloroso, 효모 층 아래서 숙성하다가 그게 자연적으로 걷혀 없어진뒤 산화 숙성이 계속되면 아몬티야도Amontillado. 산화가 될수록 빛깔이 짙어지기 때문에, 보통 피노(옅음) > 아몬티야도(갈변한 사과) > 올로로쏘(적갈색)는 색에서도 차이가 난다. 또 요 세 종은 가당을 하지 않지만 어느 시점에서 숙성을 끝내는 지에 따라 남아있는 당분의 양이 다른 탓에 완성품의 당도는 브랜드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좁은 경험에 따르면 달달하고 눅진한 셰리 특유의 견과류/건포도 향은 어느 종류든 대동소이하지만 피노는 그냥 마시기 좀 재미없을 정도로 시큼하고 홀쭉했다. 그리고 아몬티야도와 올로로쏘는 아직 경험치가 부족해서 그런가, 빛깔 말고는 바로 짚어낼 수 있을 만큼 특징적인 당도/향/질감의 차이가 없는 것 같다. 병으로 마실 땐 저렴하거나 라벨/빛깔이 예쁜 쪽을 고르고, 잔으로 마실 땐 오픈한 지 덜 된 것을 고르는게 만족도가 높았다. ㅎㅎㅎㅎㅎㅎㅎ. 1
비냐 아베, 이건 주책맞게도 자주가는 바에서 사장님께 (발주하실 때 제것까지 좀 같이 구해주십사) 부탁해서 손에 넣은 셰리다(ง ˙ω˙)ว. 검색해보니 소매가는 3만원 중후반 정도인 것 같은데, 유통단계를 줄인만큼ㅎㅎㅎㅎ 3만원에 저렴히 구매했다. 종류는 달지 않은 아몬티야도. 이거, 동네 술집에서 잔으로 몇 번 마셔본 술인데 갓 땄을 때의 향과 맛은 그 때의 기억보다 훨씬 더 달달하고 풍성했다. 코로는 꼬소하고 달콤한 사과/캐슈넛... 온갖 과일청이 연상되는 쿰쿰한 발효취가 아주 풍부했고, 입으로는 달지 않으면서 실키한 질감으로 혀를 타고 식도로 넘어가는 와중에 신맛과 씁쓸한 맛이 적절하게 톡톡 건드리는 느낌. 도드라지는 맛이랄 건 별로 없는데, 싱겁거나 시큼하지 않았다. 나야 워낙 셰리 와인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아주아주 맛있었다.
안타까운 점을 꼽자면 1) 달지 않지만 어쨌든 향과 풍미가 강한 술이다보니 한 병을 다 비우기에는 갈수록 질리는 감이 있었다는 것, 2) 다음날이 되니 신맛이 도드라졌다는 것, 그리고 3) 여타 와인에 비해 안주를 맞추기 어렵다는 것. 셰리는 보통 냉장보관할 경우 개봉 후에도 1-2주는 괜찮다고 하는데, 뭐 상하진 않지만 경험상 과일향이 많이 날아가고 산미도 강해진다. 다 먹지 못하고 남을 경우 오렌지와 설탕, 얼음과 적당히 섞어서 엉터리로나마 셰리 코블러를 만들어 먹는게 효용이 좋을듯. 또 보통의 와인 안주인 고기 요리나 파스타, 초콜렛 등에는 어울릴 것 같지 않고(이 날은 나름 신경써서 몽블랑이랑 먹었는데 크림의 단맛이 와인 맛을 해쳤다 ㅠㅠ), 마늘 새우 까수엘라/마늘 바게트/치즈 정도가 좋을 것 같았다. 루스토나 곤잘레스 비야스, 발데스피노 제품은 해외 포럼에도 자주 등장하는 걸 보니 이정도면 비싸지 않은 가격에 아몬티야도를 맛보기에 적당한 선택지인 것 같다. 달지 않은 술을 좋아하는 사람, 셰리 와인이 궁금한 사람, 셰리 캐스크 위스키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 올로로소에 가당을 할 경우(예: PX를 섞음) Cream Sherry, Medium Sherry 등으로 표기해야 함!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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