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 - 바르셀로나(※폐업)

쉐리? 셰리?? Sherry 와인!

 위스키를 마시며 매번 '쉐리향'이 나네, '쉐리 캐스크에 숙성'했네와 같은 말을 하게 되는데 정작 셰리 와인을 마셔본 건 까마득한 옛날, 술맛도 잘 모를 때인 것을 깨닫고 셰리 와인을 맛보러 스페인 와인 바에 들렀다. 대도시인 서울에서도 셰리 와인 파는 곳이 드문 것 같은데, 어쩜 운 좋게 동네에 딱 스페인 와인 바가 있어섷ㅎㅎㅎㅎ 정말 술 관련해서는 운과 인연이 항상 기똥차게 좋은 것 같다 헤헤

 ※지루함 주의 

 쉐리 와인은 포도주의 발효가 끝났을 즈음 브랜디(포도로 만든 증류주)를 첨가해 추가 숙성을 한 술. 보통 와인보다 도수가 1~8도 가량 높고, 추가 숙성 덕에 아몬드 풍의 달콤한 향이 더해진다. 포트/포르투Porto 와인 역시 포도주에 브랜디를 더해 만든다는 점에서 꽤 비슷하지만 차이는 브랜디를 넣는 시점이다. 쉐리는 발효가 끝난 후, 포트는 발효 중간에 브랜디를 넣는다. 발효 과정 중간에 브랜디를 넣을 경우 미처 알콜이 되지 못한 당이 남게되어 상대적으로 단맛이 강하다고 한다! 

암튼 GQ에 실린 특집 기사를 통해서 습득한 왕 간단 지식은ㅡ 쉐리에는 크게 아래의 네 가지 종류가 있다는 거다:

피노Fino: 엄청 드라이, 

아몬티야도Amontillado: ???, 

올로로소Oloroso: 묵직하고 적당히 달콤, 

페드로 히메네즈Pedro Ximénez: 엄청 달콤

피노는 산화가 빨라서 개봉 후 바로 마셔야 맛있다는 말에 다음 기회를 기약했고, 이날 맛본 건 아몬티야도 세 종과 올로로소 한 종, 페드로 히메네즈 한 종이다.

차례로: 콘트라반디스타Contrabandista / 비냐 아베Vina AB / 이사벨라Isabela / 끄리스티나Cristina

당도는: 적당히 달달 / 꽤 드라이 / 엄청 달달 / 적당히 달달 

 ▶콘트라반디스타(18%)는 아몬티야도의 일종. 사진은 빛이 부족해 꽤 어둡게 나왔지만 자연광에 비춰보면 아랫쪽은 옅게 주황색 호박빛이 돌았다. 한 모금 마시고 내려놓을때 잔을 타고 흘러내리는 모양이 꽤 찐득했고, 질감은 부드러웠음. 당도는 꽤 있지만 부담스럽진 않아서, 무난히 음식과 곁들일 수 있을 정도. 위스키에서 '쉐리향'이 난다고 할 때의 그 전형적인 쉐리향이 있었고, 설탕 태운 것 같은 카라멜 향도 있었다. 특이하게, 친구는 이비인후과에서 나는 병원 냄새가 같이 난다고 평했다;

 ▶비냐 아베(16.5%) 역시 아몬티야도였는데, 이건 콘트라반디스타와 대조적으로 많이 드라이했다. 뭐랄까, 청포도도 연상되고 질감도 좀 가볍고 미끈한게 깍쟁이 포도맛?!?? 색상은 딱 골드메달 사과주스 빛깔이었고, 견과류의 달근한 향이 강했다. 나는 캐슈넛이 계속 떠올랐는데, 친구는 딱 베스킨 라빈스의 아몬드 봉봉 아이스크림 향이 난다고 했따. 쉐리 특유의 달콤한 향이 나면서도 맛은 드라이했던 신기한 술.

 ▶이사벨라 크림(17.5%)은 아ㅡ예 디저트 느낌의 달달한 술. 아주 검붉은 색깔에, 건포도향이 난다. 맛은 농장에서 시켜먹는 포도즙 팩의 맛. 질감도 묵직한 편이었고, 단맛이 입에 여운을 남겨서 음식과는 별로 어울리지 않았움. ㅡ찾아보니 올로로소 75%에 페드로 히마네즈를 25% 정도 섞어 만든 술이고, 병당 설탕이 120g 정도 따로 들어간다고 한다. 어쩐지...

 제일 상단 좌측의 ▶티오 디에고(18%)는 이날 마셨던 것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술! 싱싱한 포도의 인상도 있으면서 볶은 견과류의 달달하고 기름진 풍미에 카라멜 향도 같이 났다. 콘드라반디스타에 비해 덜 찐득하고 덜 달다. 위스키를 마시며 상상했던 쉐리의 전형적인 느낌에 가까웠고, 당도도 적당해서 마음에 들었다. 

끄리스티나는 슬슬 구찮으니 시음기 생략ㅋㅋㅋㅋㅋㅋㅋ

 일단 이곳 바르셀로나는 허름한듯 하면서 분위기가 예쁘다. 크기는 4인용 테이블 세 개에 바 6석 정도로 작은 편. 술은 보기 드문 셰리 와인 9종 외에도 스페인 와인과 스페인/유럽 맥주가 꽤 많다. 좋았던 건 셰리 와인을 모두 잔으로 시켜서 맛볼 수 있었다는 것과 꽤 알찬 맥주 라인업. 스텔라/기네스 같이 평범한 메뉴도 서너가지 있지만 처음 보는 스페인 크래프트 맥주도 있고, 런던 민타임 등의 소규모 양조장 맥주도 있었음. 사실 그냥 와인은 이날의 관심사가 아니라 메뉴판을 제대로 쳐다보지 않움ㅎ

오늘의 안주: 소세지와 '오늘의 메뉴'인 봉골레 파스타!

 그런데 음 안주는... 그냥 그랬다. 소세지는 구운 야채를 곁들여주는 것이 좋았지만 걍 적당히 짭짤하고 기름진 왕평범 쏘세지였고, 봉골레 파스타는... 어... 서양식 요리보다는 칼국수같다는 인상이었다. 일단 면이 넙죽한데다 면의 전분이 어떻게 된건지 면도 끈적하고 소스도 탁한 빛깔에 점성이 강했다. 거기에 애호박에 바지락? 모시조개?가 더해지니 영락없는 칼국수의 맛. 맛이 없는 건 아니었는데(깨끗이 먹어치움) 뭐랄까 친구가 집에서 해준 요리의 맛이랄까. 

 전반적으로 보자며는ㅡ 희소한 셰리 와인, 아늑한 분위기,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 다양한 맥주 메뉴 덕에 매력있는 집. 특히 조그만 바에 혼자 온 손님들이 많은게 마음에 들었다. 초저녁 시간엔 혼자 와서 식사하며 술 한 잔 해도 자연스러운 분위기! 안주가 무난하기만한게 좀 아쉬웠는데, 그래도 다음 방문땐 새우나 돼지고기 등을 한번 더 먹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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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바스. 여기 음식은 딱 요리 좋아하는 친구가 

집에서 간단히 만들어주는 정도의 맛이다.

그냥 동네에서 셰리 와인에 요기하러 간다고 생각하면 만족스럽고,

맛있는 걸 먹으러 탐방하는 기분으로 오면 실망스러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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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종로구 누하동 77-7, 전화번호: 02-735-1117

가격: 셰리와인 7-9천원(/잔), 6-7만원(/병), 병맥주(330ml) 0.9-1.2만원, 

        감바스, 바지락 와인찜, 소세지, 돼지고기 생강구이 등의 안주류 1.5만원 내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