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앤젤스셰어. (뒤의 재료는 파리지앙Parisian이지만 잔에 담긴 건 엔돕더롣!)
새로움에 목마른, 권태로운 술꾼에게 내어주기 좋은 별난 칵테일. 'End of the road(이 길의 끝??)'이라는 이름마따나, 끝장을 볼 수 있는 맛이다. 보통 비슷비슷한 맛의 재료를 섞어 조화로움을 추구하는 뷰카레, 불바디에, 맨해튼 등의 클래식 칵테일과 달리, 온갖 튀는 맛의 술을 한데 섞어 묘한 자극을 준다. 숯/소독약 향의 날카로운 라프로익, 씁쓸한 맛을 내는 캄파리에 온갖 야생 풀/꽃을 술에 절인 것 같은 향의 샤르트뢰즈까지... 하나같이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술들인데, 요 셋 중 하나라도 좋아한다면 시도해 볼 만하다. 과장을 좀 보태자면 처음 마셨을 땐 아... 맛에는 이런 (변태같은) 세계가 있구나... 싶을 정도였다.
요 칵테일은 미국 뉴올리언즈에서 크리스 맥밀리언Chris McMillian이라는 사람이 2011년에 만든 칵테일이라고 전해진다. Beta Cocktails book이라는 책에 기록되기로는 각 재료를 1온스씩, 1:1:1로 섞는 것이라고 하는데 음...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만들면 못 먹을 맛이라는 생각이다. 몇 방울만 털어넣어도 존재감이 있는 샤르트뢰즈를 1온스씩이나 넣으면 풀향과 단맛이 과하다. 여기저기서 시도해 본 결과, 라프로익 2온스에 샤르트뢰즈 1/2온스, 캄파리 1/3온스 정도로 넣어야 세가지 술의 맛이 비등하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엔드 오브 더 로드만 찾아 마시는 친구의 증언으로는, 샤르트뢰즈와 캄파리를 먼저 섞다가 라프로익을 마지막에 살짝 풀어넣어야 맛있다고도 하고, 아니면 라프로익 1온스를 잔에 동동 띄워 내는 것이 좋다고도 한다.
사실 위의 사진은 모두, 한 잔도 빼지않고 남자친구가 마신 잔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처음엔 옆에서 두어모금씩 뺏어 마시며 절레절레하던 세월이 1년이 넘어가다 보니 낯선 충격은 가시고 어느새 나도 맛있다고 느끼게 됐다. 세 가지 별난 맛이 하나도 흐려지지 않고, 제각각 입안에서 엎치락 뒤치락 나 여깄어요! 나도 여기 있어요! 하는 게 참 재밌다. 혼자서도 종종 찾아 마시고 싶은데, 한 가지 곤란한? 점은 아무래도 널리 알려지지 않은 칵테일이다보니 웬만큼 단골이 아닌 곳에선 주문하기가 어렵다는 거다. '이술 저술 저술을 몇대몇대몇 비율로 스터해 주세요' 라고 주문하기엔 너무 젠체하는 것 같아 멋쩍다. 킁...
한 가지 더 주의할 점은 가격. 재료값이 비싼 탓인지, 연신내/수유/신촌처럼 저렴한 축인 바에서도 보통 한 잔에 2만원이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뭐, 그래도, 여기까지 읽고 있는 술꾼이 있다면, 그리고 마침 주머니에 여유가 있고 입안에서 연기향, 풀향, 단맛, 쓴맛이 뒤엉키는 맛을 볼 마음의 준비가 됐다면 한 번쯤 시도해보기를 추천한다. 이 술을 우리나라에 처음 들여온 곳은 디스틸이라 하고, 몰타르/마이너스에서 종종 추천하는 술이라고 하니 일단 요 세 군데서는 장황하게 설명할 필요 없이 주문할 수 있지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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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읽고있는 술꾼, 대목에서 뜨끔했네요.ㅋㅋㅋㅋㅋㅋ
신기한 맛인 것 같은데 남자친구분은 정말 즐기시는 듯 하고 또 이것만 찾아마시는 친구분도 있는걸 보니 확실히 매력은 있나봐요.
사실은 제목에서 이름을 본 순간 흥미가 돋기도 했거든요ㅋㅋ
항상 하는 말이지만 저도 언젠가는....ㅋㅋㅋ
확실히 미국입맛이랑 한국입맛 차이인지 원문 그대로하기엔 부담스러운 칵테일들 많죠 ㅜ(대체로 너무 달아지더라고요) 인터셉트도 에브리콧 브랜디 반 줄이고 비터 더 넣어도 달던데 원문대로 했으면 아마 못마셨을거 같아요.
개인적으로 샤르트뢰즈를 안좋아해서 잘 안시키는데 피티함 캄파리랑 조합은 궁금해서라도 한번 주문해보고 싶네요 ㅋㅋ 잘봤습니다
임병진 씨가 유학했냐고 물어본 건 '엔드 오브 더 로드' 때문 아니고 '코블러스 드림' 시켜서 ㅎㅎㅎ
우리나라 퍼지게 된 계기는 디스틸 한 손님 때문이라고 하네. 외국인 손님이 있었는데 그 분이 신가희 씨한테 "라프로익 10 있지?", "응.", "캄파리 있지?", "응.", "그린 샤르트뢰즈도 있지?", "응.", "그럼 그거 1 : 1 : 1로 섞어 줘.", "응???" 하면서 첫 잔 만들었다고 해. 처음에는 맛이 너무 별로였는데 다 마시고 잔에 남은 향이 좋아서 비율 같은 거 재조정하다 보니까, 지금 디스틸에서는 라프로익 : 캄파리 : 그린 샤르트뢰즈가 1 : 0.6 : 0.3이고 시럽을 조금 넣어서 쓰로잉으로 만들더라고. 디스틸은 잔들 가격을 맞추다 보니 라프로익이 1oz라 양이 좀 적어.
여튼 이게 작년 초쯤 일인가 그렇다네. 이 칵테일을 임병진 씨한테 전했고 그래서 한남동 몇몇 가게에 레시피가 있었고, 나는 아일라 좋아하니까 몰타르에서 아일라 베이스 칵테일 찾으니 이걸 추천해 줬고. 그때부터 무지 마시고 다녔지.
개인적으로는 너가 적은 비율, 라프로익 2oz에 그린 샤르트뢰즈 1/2oz, 캄파리는 10ml 내외 비율이 좋고, 스터할 때 라프로익 1oz는 나중에 넣어서, 이래야 좀 마실 만하더라. 처음부터 같이 스터하면 라프로익이 너무 빨리 풀려. 익숙해지면 라프로익에 샤르트뢰즈 3 : 1 정도까지는 괜찮은 편이고. 플로팅하면 2 : 1까지도 마실 만하겠더라고.
내가 이거 레시피 진짜 여기저기 많이 알리고 다녔지... 디스틸에 이 레시피 처음 가지고 온 외국 손님은 자기가 첫 주문한 칵테일, 지금 한국에서 마시는 사람 많다고 하니까 엄청 좋아했대.
아 이거 좋네여 다음에 도전해보겟음